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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책 이야기

남양주 펜션 해드림, 솔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by 해들임 2019. 6. 30.

솔잎 스치는 바람소리

 

금요일 오후 남양주 수동면 해드림펜션을 향해 떠났다. 평일이라 퇴근시간까지는 일을 해야 하지만, 기왕 우리 해드림출판사와 인연을 맺었으니, 직접 투숙해보려면 자리를 비울 수밖에는 없었다.

월말이 번개처럼 다가와 며칠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마음도 묵직하던 터라 잠시라도 숲속으로 들어가,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온갖 분심을 다 내려놓고도 싶었다. 당장 월요일이면 불어 닥칠 바람이 있을지라도 그때까진 다 잊기로 하였다. 무엇이든 내려놓을 줄 아는 연륜이 되었건만 출판사 창업 이후 신간 편한 월말은 한 번도 없었으니 사업이라는 게 여전히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철마산 자락의 해드림펜션 김희창 대표와는 출간을 계기로 인연이 되었다. 어느 날 자신이 살아온 날의 자취소리를 육필로 보내왔는데, 원고를 정리할수록 그녀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자신의 어두웠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서전이다. 원고에서는 문학적 표현도 툭툭 튀어나왔다. 다소 아쉬운 문장도 있었으나 조금 노력하면 수필을 잘 쓸 거 같아 '출판과 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시켰다. 알파와 오메가의 감동 스토리,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 '무궁화 꽃이 피면'은,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본래 김희창 수필가는 남양주에서 늘푸른효자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 정리가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펜션도 운영할 예정이란 소릴 들었다. 펜션은 이미 지어둔 상태였다.

지난겨울 초대를 받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다. 대부분 목재를 사용한 새로 지은 펜션은 나무의 새물내로 가득하였다. 주변 펜션촌에서 해드림펜션은 맨 위쪽 자리를 잡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말 그대로 숲속의 집이다. 펜션 앞 자그마한 개울에서는 주저 없이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물이 사계절 마를 새 없이 흐른다. 앞산과 뒷산 숲은 울울창창하여 온갖 새소리가 그칠 줄 모르는 곳이다.

처음 펜션 이름을 지을 때 내게 부탁을 해와 '솔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로 하면 좋겠다고 하였는데, 우리 해드림출판사 이름을 따르겠다며 해드림펜션으로 한 것이다. 이름이 같아지자 우리 인연이 어쩐지 더욱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요양시설인 늘푸른효자원도 해드림효자원으로 개명을 하였다. 어쩌다 해드림출판사 그룹(?)이 된 셈이다.

문래동 사무실에서 2시 경 출발하여 해드림펜션에는 4시 반 경 도착하였다. 나는 2층을 예약하였다. 10명이 써도 될 공간을 혼자 차지한 것이다. 여전히 목향이 폴폴 흩날렸다. 1박만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공간이요, 주변 환경이다. 2층의 널찍한 다락방이 운치를 더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껏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자며 짐을 풀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깊은 숲속으로 홀로 들어와 시간을 보내기는 처음이다. 무거운 도시를 떠나 나를 가볍게 해 줄 숲으로 들어온 셈이다.

 

펜션 앞길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였다. 요즘 비염으로 답답하였던 코가 확 뚫리는 기분이다. 자연이나 하느님께 사로잡힌 인생이면 좋으련만 회사 일이 꾸역꾸역 마음으로 파고드는 것을 애써 새소리로 짓눌렀다.

널찍한 침대 위에서 눈을 붙였다. 잠깐 붙인 눈인데 숲의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래층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려가 보니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겉절이와 고사리며 도토리묵, 콩나물 모두 이 숲속 태생이란다. 여기 오는 손님들이 토종닭이나 염소 요리를 주문하면 직접 재배한 먹거리로 밑반찬을 만들어 내어줄 것이라는데 김희창 수필가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저녁 차림이다. 수더분한 그녀는 무엇이든 푸짐하게 차린다. 어릴 적부터 겪은 허기의 찰가난이 사무쳐 있기 때문이다. 꽃을 좋아하고, 개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그녀이다. 특히 개를 좋아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여섯 살 무렵 동사할 뻔한 그를 개가 품어 살려주었다. 해드림펜션에도 골든리트리버 한 쌍이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이 한창 귀여움을 떠는 중이다.

막내딸이 요리를 했다며 과감(過感)하게도 삼겹살과 토종닭 요리를 내와 오랜 시간 술을 곁들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취기가 오르니 어둠 속 숲이 천국 같다. 고요도, 어둠도, 숲도 깊은 곳에서 홀로 하룻밤 지내봤으면 하는 바람을 해드림펜션에서 이루었다.

요란한 새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빗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아무리 늦게 자도 여섯 시면 일어나던 도시의 아침인데,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어젯밤 다소 과음을 하였지만 밤새 숲의 기운을 받은 몸이라 영혼마저 개운하다.

숲 속에서 비를 맞았다. 우울한 비 오는 날의 도시와는 달리 비 내리는 숲은 평화가 흘러넘쳤다. 숲의 침묵이 다시 나를 가두어 버렸다. 이대로 한정 없이 갇혀 있기를 바랐다.

비가 그치자 뻐꾸기가 울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뻐꾸기 울음은 왜 그리 애잔한지 모를 일이다.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아득한 시절의 그리움조차 일렁인다. 무언가 지독히도 그립다. 산비둘기나 산까지의 거친 소리가 뻐꾸기 울음을 더욱 애절케 한다.

해드림펜션 왼편에는 뒷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예쁜 바위들도 있다는데 비가 내렸으니 다음 기회로 미뤘다. 산삼의 숨소리도 들릴 듯한 그곳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오전 11시 짐을 꾸렸지만 떠나기가 싫었다. 숲과의 이별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글을 쓰고 기도하며 이곳에서 딱 한 달만 살아봤으면….

시골 계시는 어머니가 올라오면, 가족끼리 꼭 한 번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배낭 메고 해드림펜션 찾아가는 길

 

문래동 사무실에서 2시 10분 전 출발하여, 2시 14분 용산에서 경의중앙선(용문 가는 것)을 탔다. 3시경 상봉에서 경춘선으로 환승하여 3시 반쯤 마석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와 역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30-1번을 기다렸다. 전광판에서 10분 후 도착이란다. 하지만 버스는 마석역 앞에서 타야 한다. 전광판에 30-1번이 노출되어 계속 기다렸더니 버스는 역 앞 정류장에서 타는 것이었다.

30-1, 330-1 등을 타고 수자원 앞(=신망애 사거리)에서 내려 숲길을 따라 한 15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애초 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 걸어갈 생각이었으나 버스를 한 번 놓치는 바람에 택시를 탔다. 해드림펜션까지 요금은 11,700원이 나왔다. 버스 다니는 길과 택시 가는 길은 달랐다. 마석역에서 펜션까지 택시로 약 25분 정도 걸렸다.

펜션촌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커다란 개울이 있어 여름이면 피서객이 몰려든단다. 낚시를 해도 좋을 거 같았다. 온통 산자락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니 깨끗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해드림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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