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부터 본격적인 좌골신경통이 앓게 되었다. 병원 찾아가는 일을 몹시 싫어하는 성격이라 참는 데까지 참고 있었는데, 통증의 정도가 더럭 겁이 날 만큼 심해지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신도림 정형외과를 찾아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오랜 세월 앉아서 일을 해온 데다 성실하게 운동을 해온 것도 아니어서 내 자신을 돌아보면 허리 통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의사는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수술, 허리뼈 주사, 도수치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은 수술 대신 허리뼈 주사 치료를 추천한다고 하였다. 당일 허리뼈 주사를 맞았다. 무척 아파서 비명을 몇 번 질러댔다. 다음 주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한 번 도수치료 비용 받는데 드는 비용은 15만 원 가까이 되었다. 한 달에 네 번, 약 3개 월 동안 받기를 권했다.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허리뼈 주사도, 도수치료도 단 한 번으로 끝내고 그만두었다. 저가 알아서 낫겠지 하며 내버려두었는데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왼쪽 무릎과 발등조차 통증이 찾아왔다. 잠을 잘 때도 고통스러워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길을 걸으면 1백 미터 이상은 걷지 못하였다. 길을 가다가 몇 번이나 쪼그려 앉았다가 다시 걸어가곤 하였다. 전철을 탈 때도 고역이었다. 빈자리가 없어 목적지까지 서서 가야 했는데, 오래 서 있을 수가 없으니, 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쪼그려 앉아 있곤 하였다. 근심은 점점 불어났다. 여기서 내 몸은 끝나는 것인가. 혹여 다리를 절단하는 일은 없을까.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하나…. 솔직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허리 수술이든 무릎 수술이든 바로 받고 싶었다.
몸을 질질 끌고 다닌다고 표현해야 맞았다. 시골에서 어머니와 지낼 때면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데, 잠깐 하는 설거지도 허리가 아파 주저앉곤 하였다. 행여 침대 시트를 바꾸면 덜할까 싶어 이것저것 사용해 봤지만 돈만 날릴 뿐이었다. 그럼에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산책을 나갔다. 물론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반복하였다. 허리 통증이 없을 때는 뛰어다니던 산책길이었다.
무릎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통증이 찾아온 왼쪽 무릎은 사고로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젊은 날 오토바이를 즐기다가, 커브 길에서 미끄러져 오토바이와 함께 다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때 왼쪽 무릎이 으깨졌는데 병원에서 수술을 하라고 하였다. 지금 수술을 안 하면 나이 들어 큰 고생을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채 깁스를 한 후 아물도록 두었었다.
좌골신경통을 앓다가 어느 유명한 한의사를 찾아가 완전히 치료하였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한 달 약값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침도 엄청나게 큰 침을 맞는다고 하여 이도 그만두었다. 여하튼 경제적인 문제를 비롯해 내 삶의 여건이 어딜 편하게 다니며 치료받을 처지가 아니었던 것도 오랜 시간 혼자 끙끙 앓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통증이 심할 때는 인생이 서럽기도 하였다. 좌골신경통과 무릎 통증을 앓으면서도 아침 산책과 함께 관절이나 신경통 통증을 완화한다는 아로나민 이맥스 플러스정이나 관절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은 꾸준히 먹었다. 그 가운데는 우슬환도 있다. 우슬환 먹는 일은 처음에는 게을리하였으나 친구의 권유가 있어 지금은 꾸준하게 먹고 있다.
그런데 한 달 여전부터인가, 좌골신경통이나 무릎 통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산책을 나가서도 한 번도 쉬는 일 없이 목적지까지 다녀오고, 길을 걸어가도 걷다가 쉬는 일도 없었다. 잠을 잘 때도 지금은 편안하다. 아직 왼쪽 발등의 통증은 조금 남아 있지만 예전 통증을 생각하면 거의 다 나은 거나 다름없다. 나는 이 상황을 무엇보다도 대체의학에서 말하는 몸의 자연치유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내가 허리나 무릎 수술을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해도 병원에서 치료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되었을 것이다.
대체의학에서는 인간의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연치유능력을 중요한 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 자연치유능력은 몸이 외부의 병원균이나 내부의 불균형을 스스로 조절하고 회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면역 시스템, 자율신경계, 그리고 신경내분비 시스템 등이 조화를 이루어 작동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대체의학에서는 이러한 자연치유능력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을 사용한다.
자연치유능력의 기본 원리는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에 있다. 항상성은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체온, 혈압, 혈당 등을 일정하게 조절한다. 대체의학에서는 이러한 항상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몸이 손상되면 염증 반응을 통해 손상 부위를 회복시키고, 면역 시스템을 통해 병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앞으로 무엇보다 운동은 빼놓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산책길에서는 조금씩 뛰어가기도 한다. 좀 더 회복되면 아침 조깅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내 몸의 자연치유 능력에 대해 좀 더 신뢰하게 되었다. 훗날 어쩔 수 없이 병원 도움을 받을 때가 있을지라도, 지금은 피를 맑게 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등, 내 몸이 스스로 몸속 질병을 치유하도록 힘을 키워주는 일이, 내 몸의 주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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