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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반려견‘꼬실이’를 가슴에 묻으며




1. 인간과 동물의 영화 같은 교감

반려견을 사랑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인 「꼬실이」(해드림출판사)가 책으로 나왔다. 수필가 김은미씨가 자신과 함께 살아온 반려견을 소재로 쓴 에세이다. 반려견이란 애완견을 달리 이르는 말인데, 애완동물을 달리 이르는 말이 반려동물(伴侶動物)이다. 이 책은 특히 반려견으로서 18년 동안 살다가 주인 곁을 떠난 요크셔테리어 종 ‘꼬실이’가, 죽기 2년 전부터 백내장을 앓아 시력과 청각과 후각을 잃은 이후 2년 동안의 삶을 눈물 나게 그렸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애완견 대신 왜 ‘반려견’이라고 호칭해야 하는지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사실 생명 자체도 소중하지만 그 병들고 왜소한 작은 생명 하나를 끝까지 지켜주며 사랑으로 보낼 수 있는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더 귀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2. 마지막 2년

세상을 떠나기 2년 전부터‘꼬실이’는 앞을 볼 수 없게 되면서 침대에서 마구 떨어지거나 아무데나 부딪칠 때마다 ‘꾸웅’ 울어댄다. 특히 대소변을 가리고자 이리저리 부딪치고 찔리면서도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추한 자신을 보이지 않으려는 충견의 지조를 보인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자신의 속내를 비치기도 하며, 그처럼 마지막 가는 날까지 자신을 지탱하려 애쓰지만 결국 이별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죽음의 긴장감이 더해져 읽는 이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꼬실이’는 죽어 화장이 되었고, 엔젤스톤으로 남았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도 애환이 있었다. 어디든 함께 갈 수 없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전철을 탈 수 없고, 마음대로 식당을 드나들 수 없고, 주인처럼 돌봐 줄 이 없으면 여행도 마음대로 못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조차 반려견과 함께하는 데는 사람에게는 얻을 수 없는 삶의 위안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자는‘꼬실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어디든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으련만, 그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슬프게 한다.

3. 논란은 될 수 있으나 비교의 대상은 아니다

반려견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을 저리 사랑하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을 비교하는 자체가 잘못이다. 혹자는 사람에게는 못 하면서 왜 동물에게는 그토록 지극정성을 보이느냐 하지만, 애초 인간과 반려견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사람을 양육하는 일과 반려견을 사육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며,

같은 사람으로서 쏟는 사랑과 모든 지배의 주종관계에서 쏟는 사랑이 같을 수는 없다. 또한 타고난 능력과 살아가는 범위가 다르므로 사람에게는 못해도 동물에게는 쉽게 베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쏟으며 살 수 없듯이 사람과 반려견의 교감이 인간과의 교감을 뛰어 넘는 듯 보여도, 이는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다. 따라서 반려견에게 쏟는 사랑을 두고 인간을 대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4. 그럼에도, 새벽달처럼 맑게 빛나는 사람과 반려견의 교감

유독 동물을 사랑하는 저자에게는 대학생 딸이 하나 있다. 이 딸이 아장아장하던 3살 무렵부터 열여덟 해를 함께 살며 가족을 충성스레 지켜준 꼬실이다. 이와 더불어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 두 해를 앞두고 시력과 소리를 잃었어도 끝끝내 숭고한 생명을 돌봐준 저자 가족의 티 없는 사랑이 눈물겹다. 시각과 청각을 잃을 채 매일 불안해하며 조금씩 조금씩 생명을 잃어가는 ‘꼬실이’의 모습도 안타깝지만 이를 지켜준 인간의 순수한 사랑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반려견은 이성이 없다. 이성이 없다는 것은 무조건적이라는 말과 통한다. 따라서 사랑 또한 이해 없이 일방적이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반려견은 사랑을 조건 반사적으로 표한다. 사람에게는 체험하기 어려운 ‘동물적 감각 같은 사랑 또는 희생’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을 나누며 18년을 살았다. 생명 없는 것들도 18년을 곁에 두다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가 커보이게 마련이다. 하물며 날마다 언어와 스킨십으로 교감하며 18년을 살았다면 ‘전혀 낯선 사람과 자신의 애완견이 함께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의 애완견을 먼저 구한다.’라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5. 90을 넘어 세상을 떠난 친정아버지와 꼬실이

이 책에는 90을 넘어 세상을 떠난 저자의 친정아버지가 종종 등장한다. 18년 꼬실이의 삶은 사람으로 치자면 90년 삶 정도일지 모른다. 늙은 꼬실이가 앓으면서 보이는 모습에서 저자는 친정아버지의 돌아가시기 전 힘없는 모습을 처연히 오버랩 시켜 감동을 더한다. 김은미 수필가의 손맛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자칫하면 꼬실이가 저자에게 받은 사랑이나 처지만 생각할 뿐, 꼬실이를 통해 그들이 얻은 행복 그리고 웃음, 건강, 위로, 아프고 힘든 시간들의 극복 등은 놓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는 꼬실이가 두 모녀에게 주고 간 사랑과 행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들 가족이 슬프고 힘들고 외로울 때 꼬실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아픈 상처들을 핥아주고 온몸으로 비벼 위로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생명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갖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애완견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6. 수필가 김은미는

저자는 서울 종로 충신동에서 태어나 건국대 공예학과를 졸업,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현재 ‘수필계’와 ‘테마수필’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서지정보>

김은미 저

면수 272쪽 | ISBN 978-89-93506-27-3

| 값10,000원 | 2010년 12월 31일 출간| 문학|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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