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츄인 소라는 청각도우미견이다. 본래 유기견이었던 시츄는 동물구호단체와 삼성안내견 학교를 거쳐 청각도우미견으로 거듭났고, 행복한 새 가족도 만났다.
새 이름 ‘소라’도 얻었다. 바닷가 소리를 가득 담고 있거나 바닷가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 같거나, 입으로 불면 뱃고동 소리가 날 거 같은 소라의 빈 껍질을 연상시키는 이 이름도 참 예쁘다.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국가재난 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KBS, MBC, SBS 등 방송사 3사 뉴스 속보에서 수어(=수화) 통역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트위터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는 물론, MBC 등 공중파 뉴스 속보에서 수어 통역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 MBC는 지금 당장 화재 뉴스 속보에 수어 통역을 도입하시라”라며 “속초ㆍ고성에 사는 장애인도 재난 속보를 듣고 안전해질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지적했다.
산불이 확산된 전날 밤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를 포함한 MBC, SBS 등 방송 3사는 뉴스 속보로 화재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급히 편성된 특보 상황인 탓인지 수어 통역은 없었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051105319974?did=NA&dtype=&dtypecode=&prnewsid=
이런 소식을 들으니 다시 한 번 청각도우미견 ‘소라’가 떠오른다. 시각장애인 안내견도 마찬가지지만 청각도우미견 또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무엇보다 시츄의 지능은 참 뛰어난 거 같다.
자명종 알람 소리, 초인종 소리, 노크 소리, 아기 울음소리, 화재경보 소리, 휴대폰 벨 소리, 그리고 다른 사람이 부르는 소리 등을 구분한다.여러 가지 소리 중에서도 반응을 해야 하는 것과 반응을 하면 안 되는 것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도 탁월하다.
아침마다 알람 소리가 들리면 소라는 잽싸게 아빠 가슴 위로 올라가 아빠 가슴을 앞발로 두드린다. 아주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잔 아빠는 매일 아침 소라의 작은 발의 움직임을 느끼며 달콤하게 잠에서 깨어난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알리미인 인 셈이다.
소라가 없을 때, 청각장애를 가진 화가 아빠는 혼자 잠을 자다 혹시라도 늦잠을 잘까 봐 걱정이 되어 자다가 여러 번 깨어 눈으로 시간을 확인하곤 했다.똑!누군가 문을 한 번 두드리는 소리에 소라 두 귀는 쫑긋 세워진다.똑똑!소라는 벌떡 일어나 다리가 안 보일 정도로 쌩하니 문으로 달려간다.그리고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다시 아빠에게 달려가 아빠 다리를 두드린다.“아빠, 누가 왔어요.”그러면 아빠는 소라는 함께 문으로 가서 손님을 맞아들인다.
예전에는 엄마가 아빠에게 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어도, 아빠가 문자를 보지 않으면 도저히 연락이 닿지 않아 동동거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이제는 소라가 문자 알림 소리를 대신 아빠에게 전해준다. 그러니 소라는 엄마 아빠의 사랑스러운 연락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소라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소라 아빠는 다시 세상 소리와 담을 쌓았다.
소라가 없는 세상이 아빠에게는 너무나 삭막하다.
하지만 소라가 남겨준 사랑으로 다시 붓을 잡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