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고향 시골집에서 홀로 지내며 오랜 세월을 살아오셨다. 이제 92세가 된 어머니를 곁에서 1년 365일 보살피려 해도,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들은 때가 되면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매달 찾아가는 시골집은 그리움과 애틋함이 얽힌 길이지만, 어머니를 홀로 남겨둬야 하는 아들의 마음에는 죄스러움이 얹힌다. 시골에서 지내다 서울로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은 마치 아들의 모든 안타까움을 감싸 안는 듯 깊고도 고요하다. 아들은 눈물이 흐를까 봐 차마 뒤돌아보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두고 시골을 떠난다.
어머니의 삶은 깊은 상처와 상실을 마주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고독의 시간으로 채워져 왔다. 자식 잃은 슬픔을 품고 사람들 앞에서 웃을 수 없다는 어머니는, 조용히 사경에 몰두하며 비통한 마음을 다스린다. 어머니의 사경 노트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담아낸 생의 자취이자 마음의 경전이다. 특히나 가족을 잃은 이후에도 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 용서를 구하며, 여전히 기도를 이어간다. 그 한 자 한 자에 담긴 어머니의 간절함은 자식의 곁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한 아픔을 씻어내려는 마음일 것이다. 무심히 보면 단순한 글씨에 불과할지 몰라도, 어머니의 사경 노트 속에는 온갖 상념을 묵묵히 견뎌낸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어머니가 지닌 강인함은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도 드러난다. 이웃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지내며 작은 텃밭을 가꾸고, 매일 가계부를 쓰며 사소한 일상조차 놓치지 않으려 한다. 손글씨로 적어가는 기록은 치매를 예방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며 찾아온 많은 고난에도 어머니는 오히려 자식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아득한 성벽처럼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고작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력이라지만, 어머니의 사경 노트는 아들에게 그 어떤 학문적 성취보다 값지게 다가온다. 그 글씨 속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단단한 정신력이 배어 있어 아들은 그 앞에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고독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외로움과 고통을 품고도 어머니는 오늘도 자신의 세계에서 묵묵히 스스로 지탱한다. 그 고요한 강인함이 아들을 감싸 안으며, 어머니는 그저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들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어머니를 떠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픈 아들은 언젠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어머니 곁에서 늘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어머니의 고독과 강인함을 마주할 때,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과 인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어머니가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 위안이며, 그 속에서 아들은 어머니의 삶의 본질을 되새기며 배운다.
어머니와 내가 출연한 MBN 사노라면 658회 해드림출판사
https://youtu.be/C-30bsWaYbo?si=hpZMcumY7w6Kk7_V
https://youtu.be/nS99xbvasSw?si=VIzVcbg7tA81LQDY
전체보기, 유료 1천원
https://www.mbn.co.kr/vod/programContents/previewlist/564/2801/137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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