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격려-에세이

더 단단해지는 아픔, 굳어버린 울음소리

by 해들임 2025. 1. 12.

굳어버린 울음소리는

얼어붙은 바람 속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갈라지고 부서질 듯 머물러 있다

땅속 숨은 작은 씨앗처럼

멈춘 듯 살아 있는 소리

잠시 잠들어 새로운 껍질을 두른다

물결 위의 얼음이 품은 빛은

금이 가며 깊이를 더하고

갈라진 틈새로 맑은 물이 솟아오른다

삶은 멈추는 순간마다 자라고

굳어진 울음소리는 마침내

햇살 속에서 숨 고르는 법을 배운다

 

 

 

굳어버린 울음소리라는 이미지는 슬픔이 멈춘 채로 존재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얼어붙은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끝없이 갈라질 듯한 나뭇잎처럼, 그 울음소리는 부서지지 않은 채로 고요히 머물러 있다. 하지만 멈추어 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생명을 품은 씨앗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껍질을 두르며 자라나는 중일지도 모른다.

삶의 강인함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드러난다. 얼음처럼 단단해 보이는 물결 속에도 빛은 스며들고, 금이 간 틈새로 맑은 물이 솟아오르듯,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성장의 조짐은 자리를 잡는다. 잠시 멈춘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결코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 마치 얼음 위로 비추는 햇살이 녹아내리며 새 생명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굳어버린 슬픔도 결국에는 새로운 빛을 품어낸다.

멈춘 슬픔의 목소리는 고요 속에서 자신을 재정비한다. 그것은 단순히 견디는 것을 넘어,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삶은 흔히 가장 깊은 침묵 속에서 가장 크게 자란다. 울음소리가 굳어버렸다는 것은 아픔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슬픔은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기반이 된다.

햇살 속에서 숨을 고르는 법을 배운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얼어붙고 멈추어 있는 순간이라도, 그 속에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삶은 멈추는 순간마다 자란다. 삶의 강인함이란, 그 멈춤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려는 끊임없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굳어버린 울음소리는 결국 삶이 다시 흐르는 소리로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