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성이 없으면 수필이 아니다…낯설게 하기, 일상의 사물에 인격 부여하기

🌿 일상과 사물, 낯선 마주침의 미학 🌿

문학은 본질적으로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 빅토르 슈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는 이를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고 명명했다. 그는 우리의 일상적 지각이 익숙한 사물과 현상에 마비되어 있다고 보았다. 즉,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은 어느 순간 의미를 잃고 단순히 시각적 배경으로 전락한다. 이 지각의 마비를 깨우고, 독자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바로 ‘낯설게 하기’의 핵심이다.

 

🎋 사물의 인격화, 문학적 지각의 전환 🎋

‘낯설게 하기’의 효과적인 기법 중 하나는 일상의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머그컵이나 베개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에게 인간적 속성이나 감정을 부여할 때, 독자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된다. 머그컵이 외로움을 느끼거나 베개가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상황을 상상하는 순간, 단순한 사물은 친근하면서도 기이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머그컵을 바라보며 "이 머그컵은 외롭고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또한, 밤새도록 우리의 머리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법한 베개가 "어젯밤의 걱정과 비밀을 다 기억하고 속삭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러한 인격화는 단지 감정적 친밀감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 대한 독자의 사고방식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일상적 사물이 단순히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을 가진 주체로 변모할 때,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온 대상들은 새롭고 의미 깊은 존재가 된다.

 

🍃 지각의 마비를 깨우는 힘 🍃

슈클로프스키가 주장한 바와 같이, 문학의 궁극적 목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상의 자동화된 습관을 깨뜨리는 것이다. 인격화를 통해 익숙한 대상이 낯설게 제시되면, 독자의 지각은 긴장감을 회복하고 주변 환경을 신선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예컨대, 머그컵의 외로움을 마주할 때 독자는 자신이 그 물건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다시금 돌아본다. 또한, 베개의 수다를 듣게 될 때, 그것은 우리 삶의 무의식적인 영역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자극한다.

 

이러한 문학적 전략은 독자의 내면적 성찰을 촉진한다. 친숙한 사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기억, 삶의 태도를 재조명하는 과정을 거치며 독자는 일상의 깊은 의미와 마주한다. 사물과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적 표현은 우리의 사고를 풍부하게 확장시키고, 일상의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 삶의 깊이를 더하는 일상적 환기 🌾

일상 사물의 인격화는 또한 독자로 하여금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도록 유도한다. 무생물로 여겼던 대상이 감정과 욕망을 표현하는 순간, 독자의 세계 인식은 근본적으로 변형된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미학적 경험을 제공한다.

 

예컨대, 방 안의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적 역할을 넘어서서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이라는 상상은 우리의 삶과 시간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또한, 창가의 화분이 햇빛과 물에 대한 갈망을 느낀다면, 독자는 생명과 자연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결국,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는 ‘낯설게 하기’는 독자에게 익숙한 세계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보도록 강력히 권유한다. 그 과정에서 문학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재발견하고 성찰하게 하는 창조적 힘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일상과 사물의 낯선 마주침을 통해, 문학성은 독자의 내면에 지속적으로 생기를 불어넣으며, 일상적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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