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는 사물이나 현상을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기법이다. 이는 러시아 형식주의자 빅토르 시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에 의해 개념화되었으며, 익숙함이 감각을 무디게 하는 과정을 뒤집는 문학적 장치로서 문장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데 기여한다. 수필 역시 일상과 현실을 소재로 하지만, 그 일상에 문학적 빛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인식을 각성시키는 ‘낯설게 하기’가 절실하다. 특히 시각에 편중된 묘사 방식을 탈피하고, 청각이나 후각과 같은 비시각적 감각을 중심으로 한 표현은 독자에게 색다른 감각적 충격을 제공하며 수필의 문학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소리로 세계를 다시 쓰다: 청각 중심 묘사의 힘
청각은 공간의 구조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독특한 도구이다. 시각은 명확한 윤곽을 제공하지만, 청각은 보이지 않는 존재까지 환기시키는 능력을 지닌다. 가령,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고요한 내면이나 외로움, 혹은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수필에서 소리를 중심으로 서술할 경우, 독자는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을 통해 상황을 유추하고 상상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독서 경험은 더욱 내면화되고, 텍스트는 감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울림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청각 중심의 서술은 인물의 감정 상태나 공간의 정서를 더욱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다. 예컨대, 문을 닫는 소리의 경쾌함과 무거움, 전화벨이 울리는 시간 간격, 발자국 소리의 규칙성은 모두 심리적 맥락과 서사적 긴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청각 묘사는 수필을 정적인 산문에서 살아 있는 감각의 서사로 탈바꿈시키는 기능을 한다.
👃향기로 말하는 내면의 세계: 후각의 문학적 전환
후각은 가장 원초적이고 무의식적인 감각으로,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을 즉각적으로 소환하는 힘을 지닌다. 후각 중심의 묘사는 단지 냄새의 존재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서적 분위기와 무형의 감정을 동시에 구현하는 도구가 된다. 특히 수필에서 후각은 인물의 내면과 과거, 관계성의 깊이를 조용히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한다. 예컨대, 고향집 부엌에서 풍기는 된장의 냄새,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의 향, 낙엽이 썩는 숲속의 흙냄새는 단순한 감각의 재현을 넘어, 그 순간의 정서와 기억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이처럼 후각은 수필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현재의 장면을 묘사하는 동시에, 후각을 통해 독자는 과거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일상을 다루는 수필에 깊이와 여운을 부여하고, 감각의 복합성과 인간 경험의 층위를 함께 표현할 수 있게 한다.
🔄감각의 전환이 여는 문학의 가능성
수필은 일상의 문학이다. 그러나 그 ‘일상성’은 자칫 문학의 긴장을 무디게 할 위험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낯설게 하기’는 단순한 형식의 장식이 아닌, 인식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시도이다. 특히 청각과 후각 중심의 묘사는 시각적 묘사에 익숙한 독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감각의 전환은 세계를 다시 보고, 다시 듣고, 다시 냄새 맡는 문학적 실천이다.
따라서 수필을 문학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시각 너머의 감각’을 동원하여 독자의 감각 회로를 전환시키는 데 있다. 청각의 시간성과 후각의 기억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수필은 단순한 에피소드의 나열을 넘어 예술적 언어로서의 깊이를 획득하게 된다. 감각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일, 그 안에 수필 문학의 새로움과 감동이 숨어 있다.
[예시]
🎧 청각 중심 묘사 예시
전형적 시각 묘사: 공원에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청각 중심 전환: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스치며, 마치 오래된 편지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전형적 시각 묘사: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청각 중심 전환: 빗방울이 처마 끝을 두드리는 소리는 자장가처럼 느릿하게 이어졌다.
전형적 시각 묘사: 그는 피곤해 보였다.
청각 중심 전환: 그의 말끝이 자꾸만 흐려졌고, 한숨이 방 안 공기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 후각 중심 묘사 예시
전형적 시각 묘사: 오래된 시골집 부엌은 낡고 작았다.
후각 중심 전환: 된장과 장작의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오랜 시간의 체온 같은 냄새가 났다.
전형적 시각 묘사: 가을 숲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후각 중심 전환: 바삭하게 부서진 낙엽 위로, 흙과 이끼가 썩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전형적 시각 묘사: 그녀는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후각 중심 전환: 향수 너머로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향과 세탁된 셔츠의 비누 냄새가 이른 아침을 알렸다.
🔍 낯설게 하기 효과 요약
감각 효과
청각 시간의 흐름, 분위기 전환, 감정의 미묘한 진폭 전달
후각 과거 기억의 환기, 정서적 연결, 공간의 깊이 부여
이러한 예시는 수필에 문학성을 불어넣는 실천으로서, 독자의 감각적 경험을 전환시키는 동시에, 글의 주제나 정서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일상적인 장면이 ‘감각의 낯섦’을 통해 새롭게 경험되면, 수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독창적인 문학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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