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하기 기법: ‘없음’을 주제로 삼기 – 부재, 빈자리, 사라진 것의 존재감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는 문학이 일상적 인식을 흔들어 놓는 가장 본질적인 장치 중 하나이다. 반복된 관습과 익숙함에 젖은 감각을 깨워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기 위해, 문학은 낯선 각도에서 현실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이 가운데 특히 강력한 기법 중 하나는 ‘없음’—즉, 부재와 공백, 사라짐과 빈자리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한 서술 방식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며, 독자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문학적 장치로 작용한다.
🧩존재보다 더 강렬한 ‘부재’의 이미지
문학에서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결핍의 표기가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다. 이는 언어가 담지 못하는 것, 말해지지 않은 것, 삭제된 흔적을 통해 오히려 더욱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가 없다’라는 문장은 단지 주체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재로 인해 강화된 존재감—사라진 그 사람의 무게, 남겨진 공간의 서늘함, 남은 자의 감정적 진동—을 동시에 호출한다.
문학적 서술에서 ‘빈자리’는 상실이나 결핍의 상태를 넘어, 그 자리를 둘러싼 감정과 기억, 침묵의 밀도까지 함께 불러온다. 이때 독자는 채워진 이미지가 아니라 비어 있는 자리의 감각을 통해 스스로 상상과 감정의 퍼즐을 맞추게 되며, 이는 수동적 독해에서 능동적 참여로 전환되는 지점을 만든다.
🪞공백이 전하는 메시지 – 말하지 않음의 언어
‘없음’을 주제로 한 낯설게 하기는 종종 의도적인 침묵, 말의 생략, 서사의 절제를 동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이다. 예를 들어 수필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그 인물이 감정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이는 문장이 품고 있는 여백과 공기로 이루어진 서술이며, 독자가 그 여백을 감정적으로 채워 넣도록 유도하는 심리적 구조이다.
또한 부재의 이미지는 시간성과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 이미 사라진 것, 지나가버린 시간, 없어진 사물에 대한 언급은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인식의 교차점을 제공하며, 그 사라진 것의 흔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없음’을 통한 낯섦의 미학
‘없음’을 통한 낯설게 하기 기법은 단지 부정적인 감정의 환기나 추억의 회상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재를 통해 세계를 다시 보는 감각—새롭게 인식하는 미학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있음’의 의미와 ‘존재함’의 본질을 반사적으로 되묻게 되며, 감각과 사고의 세계가 확장된다.
수필에서 이러한 기법이 잘 활용될 때, 단어의 선택과 문장 배열, 이미지 구성은 더욱 섬세해진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면서도 실은 가장 깊고 넓은 것을 표현하게 되는 역설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특히 일상에 존재하는 사라진 자리들—부모의 빈 방, 누군가 떠난 자리의 냉기, 사라진 계절의 흔적—이야말로 독자의 감각을 가장 날카롭게 흔드는 문학적 소재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없음은 문학의 또 다른 얼굴이다
보이는 것, 존재하는 것, 설명 가능한 것만이 문학이 다루는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낯설게 하기 기법이 요구하는 것은 그 반대—말해지지 않은 것, 보이지 않는 것, 사라져버린 것의 존재감을 통해 언어가 미치지 못한 감각과 감정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없음’은 문학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는 문이며, 그 빈자리에 비로소 진실한 글의 숨결이 스며들 수 있다.
📌예시 1. 빈 접시 하나
식탁 위에 놓인 빈 접시. 어머니가 차려주던 된장국의 김도, 조용히 내려앉던 밥알도 사라졌다. 접시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데, 그 안엔 아무것도 없다.
→ 여기서 ‘빈 접시’는 말없이 어머니의 부재를 상징한다. 어머니의 존재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사라진 음식과 남겨진 자리를 통해 존재감을 환기시킨다.
📌예시 2. 창문 너머의 흔들림
바람이 불 때마다 커튼이 살짝 흔들린다. 예전엔 그 바람 소리에 먼저 반응하던 고양이의 눈동자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창문만 조용히 열려 있다.
→ 고양이라는 존재는 사라졌지만, 그 부재가 남긴 공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직접적인 이별의 서술 없이 ‘없음’의 풍경만으로 감정이 전달된다.
📌예시 3. 사진 속 빈 공간
모두가 웃고 있는 가족 사진 한가운데, 텅 빈 자리가 있다. 찍을 땐 그 자리가 작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공백이 커졌다. 누가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지만, 그 자리만큼은 잊히지 않는다.
→ 이름도 사건도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독자는 그 빈 공간을 통해 상실과 그리움을 느낀다.
이처럼 *‘없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비어 있음이 오히려 감정의 밀도를 높이고, 독자가 그 의미를 스스로 메꾸게 만드는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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