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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

수필집이 주는 절망 그리고 줄리의 법칙

by 해들임 2024. 1. 15.

가난한 출판사가 독자들이 외면하는 수필집을 기획출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획출간하는 순간부터 수필집 제작비는 빚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종 기획출간하는 이유는 우선 출판사 대표가 수필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언젠가 수필집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나오리라는 희망 때문이다. 수필을 쓰는 사람이 수필집을 소홀히 대우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나는 그동안 수필을 쓰며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꼭 수필이 아니어도 언제나 글을 쓰면서 삶의 고단함을 위로받았고,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사업을 하면서 모든 통장의 잔고가 0인 순간이 숱하게 있었으면서도 지금껏 버티며 살아온 데는 글을 쓰며 얻는 힘이 컸다. 행복할 일이 거의 없는 삶에서, 수없이 붓방아를 찧으며 수필 한 편 써놓고 얻는 행복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다.

 

수년 동안 수필집을 띄워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절망으로 귀결되었다. 이제는 수필집에 대한 미련도 희망도 버려야지 하면서도 어쩌다 또 멋진 수필집을 만나면 다시 희망을 걸곤 한다. 며칠 전 출간한 엄정숙 수필가의 ‘여수, 외발 갈매기’ 또한 내가 최고로 꼽은 수필집 가운데 하나이다. 수필집 독서는 그 자체로도 일종의 여정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내면의 탐험을 할 수 있다. 작가들의 글은 여러 가지 감정을 일깨워준다. 그들이 묘사하는 순간들은 공감과 감동을 주며, 더 깊은 사유와 철학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독서를 통해 인생의 순간들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하고, 내면의 성장과 개발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줄리의 법칙(Juile’s law)이 있다. 이는 간절히 원하는 일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일종의 경험법칙이다. 막연한 행운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원하는 일은 예상치 않은 과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일종의 경험법칙이다.

절망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이 줄리의 법칙을 떠올린다. 외발 갈매기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