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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

수필 쓰기에서 낯설게 하기 24, 냄새로 인물 표현하기

by 해들임 2025. 4. 24.

🌿감각의 낯설게 하기✨: 냄새로 인물 표현하기와 문학적 감각 확장

수필이 문학성을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문턱 중 하나는, 일상의 언어와 감각을 전복하거나 낯설게 만드는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이는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 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익숙함이 야기하는 무감각을 해체하고, 사물이나 인물,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 기법은 수필이라는 장르에서도 강력한 미학적 무기를 제공한다. 특히 감각의 전환과 확장은 독자의 내면을 환기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그중 ‘냄새’라는 감각을 통한 인물 표현은 독자의 인식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다.

 

👃감각의 전복: 시각에서 후각으로의 초점 이동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인물의 외양, 표정, 말투 등 시각적 요소에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시각 중심의 묘사는 통상적이고 예측 가능하여 감정의 진동을 야기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바로 후각 중심의 묘사이다. 냄새는 기억과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언어화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후각은 독자에게 생생한 이미지 이상의, 정서적 공명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엄마의 냄새’를 ‘미역국’과 ‘햇살’로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히 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층위와 감정의 잔향을 불러일으킨다. 미역국이라는 음식 냄새에는 생일, 탄생, 돌봄의 기억이, 햇살이라는 은유에는 따뜻함, 보호, 집이라는 상징이 응축되어 있다. 이런 조합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의 풍경을 독자 앞에 펼쳐놓는다.

 

🌬언어와 감각의 재조합: 추상에서 구체로, 구체에서 상징으로

냄새를 언어화하는 작업은 곧 감각을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며, 그 자체로 창조 행위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보는 인물’이 아니라 ‘느껴지는 인물’**을 만난다. 후각의 언어는 종종 상징으로 치환되며, 하나의 인물을 둘러싼 감정적 지층을 만든다. ‘비누 냄새’는 순결함과 청결을, ‘담배 냄새’는 어른의 세계와 거리감을, ‘곰팡이 냄새’는 시간의 흐름과 낡음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감각 확장의 본질은 ‘추상적 감정’을 ‘구체적 냄새’로 번역하는 낯설게 하기의 언어적 실행이다. 즉, 정서나 성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후각적 이미지로 우회하여 제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감정을 구성하게 만든다. 이는 독자에게 감정 이입 이상의 참여를 요구하며, 수필의 문학적 밀도를 높인다.

 

🌈감각적 공명으로 인물의 깊이 만들기

후각은 가장 원초적이고 무의식에 가까운 감각이다. 냄새는 논리보다 빠르게 기억을 자극하고, 감정을 동반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냄새는 단순한 수식이 아닌, 인물의 내면적 깊이와 서사를 구현하는 장치가 된다. 문학에서 인물은 설명되는 존재가 아니라, 감각되고, 느껴지고, 이해되어야 하는 존재다. 냄새는 이러한 감각적 인물을 창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수필이 단순한 이야기 전달에서 문학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독자의 감각 체계에 파열을 일으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후각은 그 파열을 가장 미묘하면서도 강력하게 수행한다. 낯선 냄새의 조합은 독자의 무의식을 두드리고, 감정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인물과 감정을 하나의 문학적 심상으로 엮어내는 매개체가 된다.

 

🧠결론: 냄새는 감정의 언어이다

낯설게 하기의 궁극적 목적은 사물을 새롭게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방식’을 새롭게 구성하는 데 있다. 감정은 이성의 언어보다 감각의 언어에 가깝고, 냄새는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잊히지 않는 언어이다. 수필 속 인물을 냄새로 표현하는 작업은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독자에게 삶의 감각을 되살리는 문학적 실천이다. 낯선 감각은 문학의 출발점이며, 감정의 재구성은 그 완성이다. 냄새는 바로 그 길 위에서 작가의 손에 쥐어진 가장 섬세한 붓이다.

[예시]

 

🍲예시 1: 엄마의 냄새 = 미역국 + 햇살

“엄마의 품에 안기면, 미역국 냄새와 햇살이 났다. 따뜻한 국물 냄새 사이로 햇볕에 바랜 이불 냄새가 스며들었다.”

→ 이 표현은 단순히 엄마를 ‘따뜻하고 자애로운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음식(미역국)과 자연(햇살)의 조합이라는 감각적 이미지로 엄마의 존재를 형상화함으로써, 돌봄과 안정, 기억의 복원력을 감정적으로 전달한다. 독자는 엄마라는 인물을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후각과 기억을 통해 체감하게 된다.

 

🚬예시 2: 아버지의 냄새 = 담배 + 오래된 가죽

“그의 아버지는 늘 담배 냄새와 오래된 가죽 재킷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 냄새만으로도 집안에 그가 들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시각이나 말투 대신, 아버지라는 인물의 존재감을 냄새로 환기시킨다. 담배는 거리감과 어른스러움을, 가죽은 세월과 무게감을 상징하여 무뚝뚝하지만 확고한 아버지상의 감정을 새롭게 전달한다.

 

🌸예시 3: 할머니의 냄새 = 곰팡이 핀 이불 + 머위 잎

“할머니의 방문을 열면, 곰팡이 핀 이불 냄새와 갓 데친 머위 잎 냄새가 함께 피어났다.”

→ 노인의 이미지에 곰팡이와 들풀의 냄새를 연결함으로써, 시간이 응축된 공간과 사람의 내음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 조합은 삶의 느림, 자연스러움, 오래된 것의 정서성을 낯설게 하여 할머니라는 인물의 감정적 깊이를 후각적으로 풀어낸다.

 

이처럼 냄새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 기억, 감정, 인물의 서사까지 끌어올리는 문학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낯선 감각의 결합은 독자가 ‘다시 느끼게 만드는’ 수필의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감성 충만한 노래로 홍보하는 해드림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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