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틈을 확장하다: 낯설게 하기와 시간 감각의 문학적 조율✨
문학적 수필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독자의 감각과 사고를 재구성하는 예술적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인 슈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가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일상적이고 익숙한 사물이나 감정, 시간을 낯설게 재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수필이 문학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이 낯설게 하기는 단지 형식적 장식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해체하고 감각의 회로를 확장하는 본질적인 전략이 된다.
📌시간의 조율: 감각을 새롭게 직조하는 장치
수필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낯설게 하기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시간을 연속적이며 균등하게 흐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문학은 이 시간을 자유롭게 조작함으로써 심리적 깊이를 형성할 수 있다. 일상의 1초를 수필 전체로 확장하거나, 한순간의 장면을 반복, 분절, 정지의 방식으로 해체하여 다루는 것은, 그 짧은 찰나에 담긴 감정과 감각을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이 체감하지 못했던 시간의 결을 새롭게 인지하게 되며, 단조로운 현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예컨대 수필의 도입부에서 "1초"라는 개념이 제시되었다면, 이후의 본문은 그 1초 동안의 시각적 변화, 청각적 떨림, 내면의 반응 등을 정밀하게 탐색함으로써,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의 시간 조율은 감정의 깊이를 확장하고, 텍스트 전체를 통해 독자의 심리적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결과적으로 수필은 단순한 서술이 아닌, 시간의 감각을 재구성하는 체험의 장이 된다.
🔍낯선 감정, 낯선 감각의 구성 원리
낯설게 하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감각의 표현 방식에도 전략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보통 문체적 실험과 묘사의 방식에서 드러난다. 기존의 감정 표현을 해체하거나, 새로운 감각 언어를 발명함으로써 독자가 직면하는 감정의 양상을 뒤흔든다. 예를 들어, ‘슬픔’을 물리적 온도로 표현하거나, ‘기억’을 향기로 치환하는 방식은 감정의 통상적 경로를 벗어난다. 이로써 익숙한 정서조차 이질적인 방식으로 체험되며, 독자는 감정과 감각을 새롭게 해석하는 낯선 지점으로 유도된다.
이러한 기법은 단순한 창의적 실험이 아니라, 수필 장르가 가진 본질적인 ‘성찰’의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낯선 감정과 감각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내면을 타자의 시선으로 조망하게 되며, 일상의 감정에 대한 통념적 해석을 넘어서는 사유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수필의 문학성, 감각의 확장으로부터
낯설게 하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어의 자동화를 해체하는 데 있다. 일상 언어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기계적으로 소비되기 쉽다. 수필은 이러한 언어의 틀을 벗어나, 감각과 시간, 감정을 새롭게 직조함으로써 독자에게 언어의 본래적 생기를 되돌려준다. 특히, 시간의 감각을 늘이거나 줄이는 장치는 수필을 독특한 서사 구조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며, 감각적으로는 정적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깊은 동요를 일으키는 복합적 체험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문학적 수필은 단지 내용을 전달하는 텍스트가 아닌, 감각을 실험하고 인식을 전복시키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감각의 확장과 낯선 시간의 구성은 수필을 다시금 문학으로 회귀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기술이며, 그 안에서 독자는 일상의 시간 속에 감춰진 감각의 깊이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예시]
예시 1: 1초의 시간 감각을 수필 전체로 확장한 경우
“한 방울의 물이 잎사귀 끝에 매달려 있었다. 떨어질 듯, 머뭇거리며. 그 찰나에 바람이 지나갔다. 햇살이 기울었다. 그 작은 물방울은 세상의 모든 고요를 응축한 듯, 그 자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라지기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 이 문장은 실제로는 '물방울이 떨어지기 전 1초'를 묘사하고 있지만, 이 1초 안에 시간은 확장된다. 감정과 자연의 감각이 덧입혀지며 독자는 그 1초 안에서 ‘정지된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낯선 시간의 재구성이다.
🔥 예시 2: 감정의 낯설게 표현하기
“그리움은 혀끝에 남은 쓴 약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씹지 않았는데도 어금니 사이로 파고들었다.”
→ ‘그리움’이라는 익숙한 감정을 미각과 통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감정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감정과 감각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낯설게 하기 효과를 일으킨다.
🍂 예시 3: 일상 장면의 시선 전환을 통한 낯설게 하기
“계란을 깨는 소리는 늘 아침이다. 하지만 오늘의 계란은 마치 무언가를 끝내는 소리 같았다. 톡— 하고 삶이 갈라졌다.”
→ 아주 평범한 ‘계란 깨기’라는 동작이 비유와 감정적 전이를 통해 ‘무언가의 끝’처럼 읽히게 된다. 일상의 동작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예시는 독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감각, 시간, 감정을 새롭게 조명하고, 그것에 ‘문학적 거리’를 부여하는 수필의 대표적인 낯설게 하기 방식이다. 이처럼 이론은 감각의 재구성과 인식의 전환을 목표로 하며, 이를 구체적 묘사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감성 충만한 노래로 홍보하는 해드림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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