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에서 낯설게 하기 26, 몸의 감각으로 사유하기

🌀감각 확장, 낯선 감정과 감각 만들기의 낯설게 하기 기법: 몸의 감각으로 사유하기

― 무릎의 통증에서 인생을 유추하다

 

문학이란 익숙한 삶을 낯설게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부여하는 예술이다. 특히 수필 장르에서 문학성을 획득하는 길목에는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는 기법이 핵심적으로 자리잡는다. 이는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가인 슈클롭스키(Viktor Shklovsky)에 의해 체계화된 개념으로, 일상적 사물이나 감정, 행동을 새로운 언어적 틀 속에 옮겨 놓음으로써 독자에게 기존의 인식을 전복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수필이 감정과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는 장르인 만큼, 그 안에서 ‘감각’은 중요한 창작의 출발점이 된다. 낯선 감정은 대개 낯선 감각에서 기원한다. 이를 통해 수필은 독자에게 삶의 감정적 지형을 새롭게 체험하게 만드는 문학적 언어로 변모할 수 있다.

 

🦵 몸의 감각으로 사유하기: 무릎의 통증에서 시작되는 사유의 전환

신체의 통증은 철저히 구체적이며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 가운데 ‘무릎의 통증’은 흥미로운 서사적 전환점을 제시한다. 무릎은 걷기, 앉기, 일어서기 등 일상의 기본적인 움직임에 연루되는 부위이기에, 그곳에 통증이 생기면 삶 전체가 느리게 변모한다. 평범한 계단 오르내리기가 고통으로 전환되며, 단순한 바깥 나들이조차 준비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된다. 낯설게 하기 기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된다. 무릎의 통증을 단순한 의학적 증상으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굴곡과 감정의 흐름을 유추하는 하나의 은유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릎이 굽혀질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을 ‘과거의 후회가 다시 접히는 순간’이라 말하거나, 통증이 사라지는 날을 ‘관계의 고통이 사라지는 평화의 날’로 형상화할 수 있다.

 

🔄 감각의 확장: 일상의 감각을 철학적 층위로 끌어올리기

몸의 감각은 단순히 물리적 반응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매개가 된다. 수필에서 이러한 감각의 층위를 확장시키면, 독자에게 심층적이고도 낯선 감정의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감각의 확장’이란, 예컨대 ‘무릎의 통증’을 인생의 굴복과 회복의 상징으로 해석하거나, 그것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를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낯설게 하기 기법은 여기서 감각과 감정을 고정된 문맥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연결고리로 재조립한다. 통증은 단순히 고통이 아니라, 멈춤이고, 기다림이며, 심지어는 인내의 언어다. 이러한 감각-감정의 교차점에서 탄생하는 수필은 감각의 문학화를 완성해 나간다.

 

💡 언어의 전복과 인식의 확장: 수필의 문학적 실험

수필이 문학성을 갖기 위해서는 언어의 무게와 형태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낯설게 하기 기법은 바로 이러한 언어 실험의 통로가 된다. 통증을 설명하는 말들이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철학적 사유와 정서적 충격을 담아낼 때, 수필은 문학의 반열로 도약하게 된다. ‘무릎의 시큰거림’이 단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굴종과 저항이 교차하는 생의 접힘’이라 말할 수 있을 때, 독자는 일상의 사소한 감각을 통해 깊은 인식의 수렁으로 끌려들어간다. 이러한 문장들은 독자의 감정 구조 자체를 다시 배치하게 만든다.

 

🎯 결론: 몸을 통해 문학으로, 감각에서 사유로

결국, 수필의 문학성은 독자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낯선 감각을 제시하거나, 익숙한 감정을 전혀 새로운 언어로 제시하는 데서 완성된다. 그 중심에는 ‘감각 확장’과 ‘몸의 사유화’라는 실천이 놓여 있다. 무릎의 통증은 단순히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인생의 무게를 사유하는 문학적 매개로 전환될 수 있다. 수필이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독자에게 “몸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글쓰기”를 구현할 때, 비로소 문학은 삶의 숨은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읽는 사람의 감각을 다시 흔들고, 익숙함 속에서 낯선 철학을 길어올리는 것, 그것이 수필이 감각으로 시작해 문학으로 완성되는 길이다.

🧩 예시 1: 무릎의 통증을 시간의 무게로 비틀기

“무릎이 꺾이는 그 짧은 순간, 세월이 다시 접힌다. 오래 앉아 있던 무릎이 뻣뻣하게 굳어 일어서려 할 때마다, 인생의 어느 한 페이지가 완전히 닫히지 못한 채 덜컥 열린다. 통증은 그 페이지가 아직 미련을 남기고 있다는 신호다.”

➡ 이 표현은 신체 통증을 단순히 육체적 현상이 아닌, 시간의 축적과 미련의 은유로 ‘낯설게’ 전환시킨다.

 

🧩 예시 2: 통증을 감정의 언어로 환원하기

“걷다 멈추는 순간마다 무릎은 말한다. 조심하라, 너는 다시 상처받을 수 있다고.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누군가를 향해 너무 성급히 나아간 과거의 반성이다. 지금 이 고통은 오래전 마음이 부러졌던 기억의 반향이다.”

➡ 이 문장은 신체의 감각을 감정의 언어로 치환하며, 내면의 경험과 연결시킨다. 통증이 과거 감정의 ‘회상’이자 경고라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 예시 3: 일상의 몸동작을 철학적 주제로 확장하기

“무릎을 꿇는다는 행위는 몸의 낮춤이지만, 삶의 어떤 결정은 반드시 그 자세에서 시작된다. 무릎을 굽히지 못한 사람은 용서를 구하지 못했고, 기도하지도 못했다. 무릎의 유연성은 마음의 유연성과 다르지 않다.”

➡ 여기서는 신체의 자세를 철학적 행위로 확장시켜, 독자의 인식 구조를 새롭게 한다.

이처럼 ‘무릎’이라는 일상적이고 육체적인 대상을 중심으로 감정, 시간, 관계, 철학을 끌어내는 방식이 바로 수필에서의 낯설게 하기 기법이자 감각 확장의 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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