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성 소설, ‘엄마의 밥상에는 슬픔이 없다’ 2쇄 나왔습니다
날마다 엄마가 차리는 두 개의 밥상에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환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엄마의 음식에는 오늘의 계절이 살아 숨 쉬고 어제의 역사가 숨어들어 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엄마의 맛과 정성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끈이었다.
엄마는 맛깔스런 음식이 있는 밥상 위에서 각자의 인생에 있던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기억들을 만나게 한다. 그러다가 먹는 사람들을 맛에 몰입하게 하고 즐거운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인지 고령 환자의 집에 있어야 할 슬픔이 없다. 적어도 밥상 앞에서는 그렇다. 읽는 사람이 떠올리는 맛과 냄새만으로 충분히 즐거울 수 있어서 엄마의 밥상에는 기쁨과 슬픔의 경계, 고통과 환희의 경계가 애매하다. 엄마의 손길과 눈길에 대한 상상만으로 이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다가 문득 소설 속의 음식들이 소설 속에 있는 궁합으로 먹고 싶어질 수도 있다.
치매 걸린 아버지를 위한 밥상에서는 엄마의 지혜와 아버지의 의지가 만난다. 엄마의 음식은 아버지의 추억과 기억을 살리는 향기치료제이기도 하고, 때론 오감을 자극하여 아버지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렇게 서로가 의미 있게 존재하는 삶을 만들어간다. 그런 의미 있는 시간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려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설의 주인공은 아들일지도 모른다. 화자인 아들은 엄마의 밥상에 깃든 맛과 추억을 담아내고, 치매환자인 아버지를 비롯한 엄마의 밥상으로 맺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음식에 새겨 넣었다. 그래서 아들은 엄마의 밥상을 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자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는 디테일한 음식묘사나 심리묘사는 대수롭지 않은 흔한 엄마의 밥상이 사람이 사람에게 의미를 갖게 하는 추억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때로는 추억의 음식을, 그리운 사람을, 잊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또는 언젠가 자신에게 다가올 일을 따뜻한 감성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더욱 소중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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