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77 오네가네 오네가네 노란 은행잎이 분분하던 날, 어려울 때마다 나를 드림줄 대하듯 하는 친구가 사무실로 찾아와 통장을 하나 더 만들어 달라 한다. 지나친 욕심으로 몇 년 전 자그마한 사업장을 들판내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친구다. 이미 통장이나 핸드폰 등 내 명의를 빌려 쓰며 이러 저러한 일로 어지간히 속을 썩여온 얄미운 위인인데 어떤 부탁을 해오면 쉬 거절 못하고 데림추처럼 나서고 만다. 점심때를 이용해 은행으로 갔다. 창구에서 건네준 용지에 필요사항을 기재하다가 비밀번호를 뭐로 할까 망설였다. 친구에게 “지금 돈이 얼마나 있으면 좋겠느냐.” 했더니 여전히 자지러지는 그 욕심은 대뜸 50억이라 한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가엾기도 하다. 예전에 통장을 만들면서 억(億)을 생각하다가 숫자를 조합하여 억을 표.. 2009. 3. 1. 이전 1 ··· 171 172 173 1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