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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와인생/-타로스토리텔링시리즈22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22 마지막회, 메이저 아르카나 21번 세계(The World) 카드 🌍 완성의 순간,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으로 돌아왔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바다는 더욱 깊은 푸름으로 빛났다.하윤은 전시가 끝난 뒤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하듯남해의 조용한 마을로 떠났다.해 질 무렵, 그녀는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었다.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는 마치감정과 기억이 출렁이는 리듬 같았다.하윤은 바닷가 모래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손끝에서 조약돌 하나가 잡혔다.조약돌을 손바닥 위로 살며시 옮겼다.축축한 조약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윤의 낮은 목소리가 바람 타고 흘렀다.“이제야… 진짜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이 언어에는 슬픔도, 미련도 없었다.그저 오랜 계절을 건너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깊고 투명한 평화가 머물고 있었다.며칠 뒤,숙소로 돌아온 하윤에게 .. 2025. 6. 19.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21, 메이저 아르카나 20번 심판(Judgment) 카드 🎺 부름의 시간…다시 사랑이 아니라, 다시 '나'로 살아나는 순간 태양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흐릿한 찬기가 서린 바람이 불었지만, 나뭇잎 위로 번지는 햇살은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지후는 자전거를 끌고 한강으로 나갔다.길가를 덮고 있던 낙엽들이 바람 따라 부스럭거리며 자전거 바퀴를 스칠 때마다,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한 해방감이 밀려왔다.한때는 두려워하던 고요였다.이제는 그 고요 속에서도 자신을 놓아줄 수 있었다.자전거 도로에는 서늘한 가을바람을 즐기며 달리는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졌다.안양천이 한강과 만나는 한강합수부를 지나, 가양대교 방향으로 달리던 지후는강변 데크 휴식처에서 숨죽인 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자그마한 오리 두 마리가 둥근 파문을 그리며 앞으로, 앞으로 나.. 2025. 6. 19.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20, 메이저 아르카나 19번 태양(The Sun) 카드 🌞 빛의 언덕: 사랑이 아니어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꽃이 피고, 햇살이 도시를 부드럽게 덮을 무렵,지후는 집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 햇살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하윤을 떠올렸을 시간.하지만 오늘의 그는, 그저 그 순간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었다.햇빛은 어느 여인의 보드라운 살결처럼 다가왔고, 바람은 오래된 기억을 쓰다듬듯 살며시 지나갔다.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들었을 때,지후는 처음으로 스스로가 평온하다고 느꼈다.“아, 내가 나를 완전히 사랑하고 있구나…”그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살짝 웃었다.—하윤은 아틀리에의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들였다.햇빛은 그림 위로 내려앉아 그녀의 손끝과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감쌌다.그녀는 이제 지후의 이름이 뇌리를 스쳐도 감정.. 2025. 6. 18.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9, 메이저 아르카나 18번 달(The Moon) 카드 달의 뒤편: 평화로워 보이던 마음, 그 안의 불확실한 파동지후는 요즘 부쩍 생경한 꿈을 꾸곤 한다.어젯밤도 꿈속에서 알 수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걷고 있었다.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 산책이었지만, 이상하게 달빛이 따라오는 거 같았다.불빛 하나 없이 어두운 동네 뒷길, 벽돌담에 기대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을 때였다.카메라가 켜졌고, 화면 속 풍경 너머로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지후는 무심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지금도 날 생각해?”하윤의 말이 어디선가 되살아났다.순간, 등줄기를 따라 싸한 기운이 스쳤다.고양이는 이내 담장 너머로 사라졌고, 지후는 혼자 남겨졌다.지후가 열어본 핸드폰 사진첩에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남아 있었다.고양이 뒤편, 흐릿한 잔상처럼 하윤이 웃고 있었던.. 2025. 6. 17.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8, 메이저 아르카나 17번 별(The Star) 카드 탑이 무너지듯 사랑이 사그라진 뒤, 무언가를 ‘잃었다’는 감정이 오랫동안 지후를 휩싸고 있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게 된 상태가 된 것이다. 거울을 봐도 자신의 눈빛이 낯설었고, 어쩌다 웃음이 나와도 그 웃음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시간은 흘렀다. 견디겠다며 애쓰지 않아도 어느샌가 조금씩 무언가가 회복되고 있었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살결로 덧입혀지고 있었다. 그 변화는 소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무논의 잔잔한 파문처럼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어느 날 밤, 지후는 퇴근을 하다가 문득 총총히 떠 있는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에는 싱그러운 풀기가 묻혀 있었고, 이른 아침 숲에서 내려온 공기처럼 머리를 맑게 하였다.“이런 맑은 하늘 아래 서 있는 .. 2025. 6. 17.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7, 메이저 아르카나 16번 탑(The Tower) 카드 악마의 그림자를 걷어낸 후에도,지후와 하윤의 마음속에는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감정들이 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마치 오래된 성의 벽돌 틈 사이로 파고든 이끼처럼, 지워진 줄 알았던 마음들은 그곳에서 고요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있었다.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를 떠나보낸 줄 알았다.일상 속 무수한 장면들—다른 사람과의 대화, 계절의 변화, 바쁜 업무와 어설픈 웃음들—그 모든 것들이 이별을 봉인하는 듯했지만,사실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의 어딘가에서,여전히 그들은 연결되어 있었다.그 연결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피처럼 자연스럽게 순환하고 있었고, 전류처럼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전해졌다.그렇게 묻혀 있던 감정은 어느 날 불쑥 불꽃처럼 피어올랐다.하윤의 첫 개인전이 .. 2025. 6. 16.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6, 메이저 아르카나 15번 악마(The Devil) 카드 🔥 그림자 속의 사랑: 자유로운 줄 알았지만, 여전히 묶여 있었다절제의 시간을 통해 서로의 부재를 견디며 안정을 되찾았던 지후와 하윤.하지만 평온은 언제나 잠시의 휴식일 뿐, 감춰졌던 갈망은 몸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있었다.오랜만의 재회 이후, 두 사람은 조심스레 관계를 이어갔지만,그것은 애써 무너지지 않으려는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불안한 평화였다.그날 밤, 장마가 다시 찾아와 창밖을 두드리던 늦은 시각이었다.하윤의 목소리는 술기운이 젖어 낮게 떨렸다.“지후야… 그냥, 네 목소리 듣고 싶었어. 지금 올래?”목소리 너머의 공허는 지후를 끌어당기는 무언의 주문이었다.그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하윤은 문을 열자마자 아무 말 없이 지후를 와락 끌어안았다.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퍼지는 술 냄새, 그리고 말없이 .. 2025. 6. 14.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5, 메이저 아르카나 14번 절제(Temperance) 카드 🌅 조율의 시간: 우리는 이제 같은 사람이 아니지만 여전히 연결되어 있어 지후와 하윤이 조용히 이별을 택한 지 몇 달이 흐르고,세상은 어느덧 낙엽이 스치는 늦가을로 물들어 있었다.다 타오르고 난 뒤 남은 온기는,마음 깊은 곳에서 은근하게 이어지는 숨결처럼 서로를 전보다 더 진하게 감싸고 있었다.둘은 서로 완전히 놓지도, 다시 붙잡지도 않은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그러나 그 사이에는 묵직하고도 투명한 감정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절제의 강이었다.무언가를 억제하거나 누르기보다는,서로의 리듬을 기다려주는, 서두르지 않는 사랑의 방식이었다.지후는 이직한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며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하루의 끝마다 요가 매트 위에 앉아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외부의 혼란보다.. 2025. 6. 14.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4, 메이저 아르카나 13번 죽음(Death) 카드 🌒 사랑의 끝, 시작의 문 앞에서: 죽음이라는 이름의 선물초여름이 다 식어갈 무렵, 바람마저 가벼운 회한을 품고 스쳐 가는 저녁이었다. 하윤은 긴 작업을 마치고 마침내 서울로 돌아왔다. 마주 선 두 사람 사이엔 계절보다도 더 긴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들은 오래도록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빛 안에는 설렘보다 먼저, 낯섦과 조심스러움이 가라앉아 있었다.지후는 하윤의 얼굴을 보자 문득, 그리움이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 감정인지 깨달았다. 숱한 날들 속에서 미뤄두었던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서운함은 늘 말없이 곁을 지켰고, 외로움은 어느새 그의 그림자가 되어 있었다.하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시를 떠나있던 동안, 그녀는 그를 향한 마음에 점점 더 많은 침묵을 덧칠해야 했다. 그리움은 죄책감과.. 2025. 6. 14.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3, 메이저 아르카나 12번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 🌿 거꾸로 선 시간: 멈추는 용기, 바라보는 방식하윤이 지방으로 내려간 지도 어느덧 석달이 흘렀다.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고,하루해는 점점 더 길어졌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짧아졌다.처음엔 자주 안부를 묻는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줄어든 것이다.지후는 다 이해한다고는 하지만어느 순간부터 묘한 공허함이 마음속을 잠식해왔다.하윤 역시 매일 밤잠 설치며 작업하느라 지후에게 마음 쓸 여유조차 없어진 나날을 보냈다.하루는 지후가 전화를 걸었다.하윤은 피곤한 목소리로 받았다.“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 지금 너무 정신이 없어…”지후는 가슴이 덜컹하였지만,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마치 어디에도 발 디딜 곳이 없는 듯한 기분이었다.상실감.. 2025. 6. 13.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2, 메이저 아르카나 11번 정의(Justice) 카드 ⚖ 정의의 눈: 사랑은 진심만으로 충분한가?지후가 서울로 돌아온 후, 둘은 더 조심스럽게 서로를 대했다.한 달간의 거리 두기는 오히려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 시간이었지만,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이제 ‘사랑 이후의 현실’을 냉정히 마주하고 있었다.지후는 예전처럼 회사원이 아니었고,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심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윤은 미술 강사 제안이 들어왔지만,비현실적 계약 조건이나 방향성에서 고민이 깊었다.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일이 여러 가지로 버거웠다.사랑이 순간순간 행복을 가져다 줄지라도현실의 차가운 벽 앞에서는 서로의 삶을 위한 밑절미가 되어 줄 수 없었다.가난, 사랑, 현실은 극복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다가왔다.둘은 어느 날 밤, 카페에서 조용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우리,.. 2025. 6. 12.
연애 소설로 읽는 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11, 메이저 아르카나 10번 운명의 수레바퀴(The Wheel of Fortune) 🎡 수레바퀴의 회전: 예상치 못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하윤이 다시 돌아온 이후, 지후와 하윤은 한층 더 단단해진 관계를 만들어갔다.이사할 계획도 세웠고, 저녁에는 각자의 일과를 나누며 웃음 지었다.평온한 나날이었다.모든 게 잘 흘러가고 있는 듯싶었다.그런데 어느 날, 지후의 회사에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졌다.지후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해외 자회사 통폐합으로그의 팀이 통째로 해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나를 이렇게 던져버릴 수도 있구나.”지후는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지만 한창 일할 나이의 지후에게는 불현 듯 찾아온 삶의 변곡점이큰 충격으로 다가왔다.하윤은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볼 뿐, 무엇이.. 2025.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