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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수상자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의 글쓰기 기술,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by 해들임 2024. 11. 18.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의 글쓰기 기술, 도스토옙스키의 영향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Oe Kenzaburo)의 『개인적인 체험(A Personal Matter)』

 

줄거리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A Personal Matter)』

주인공 버드는 일본의 한 평범한 남성으로, 갓 태어난 아들이 뇌에 심각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삶의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 그는 아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보다, 현실을 도피하려는 충동에 시달린다. 아내의 병원 입원 중에도 그는 술과 여성 관계에 빠지며 자신의 무책임함과 두려움에 휘말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버드는 자신의 비겁함을 직시하고, 도망치려는 욕망과 아버지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그는 아이의 수술을 허락하며, 아들의 생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을 통해 버드는 내적 성장을 이루고, 현실을 직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Crime and Punishment)』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가난한 대학 중퇴생으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비범한 사람'이 법과

도덕을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해하지만,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노파의 동생까지 죽이게 된다. 살인 후 그는 극심한 죄책감과 심리적 고통에 휘말리며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간다. 결국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이론의 허구성을 깨닫고, 소냐라는 인물의 도움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을 경찰에 자수하며, 시베리아에서의 강제노동을 통해 내적 속죄와 구원을 찾는 과정을 겪는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성장을 심도 깊게 탐구하며,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도덕적 선택의 무게를 다룬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는 도구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은 특히 심층적 내면 탐구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중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영향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의 글쓰기 기술은 인물의 심리적 갈등과 성장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문학이 다룰 수 있는 깊이와 폭을 극적으로 확장한다.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 『개인적인 체험(A Personal Matter)』은 이러한 심층적 내면 탐구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중대한 선택을 앞둔 인간의 두려움과 현실 도피, 그리고 결국 자아를 직면하는 과정을 겪는다. 주인공 '버드'는 장애를 가진 아들의 탄생이라는 현실 앞에서 도망치려는 충동에 사로잡히며, 죄책감과 두려움, 그리고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작가는 그의 심리를 정교한 언어로 그려내어, 독자가 단순히 인물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그의 내면에 직접 들어가게 한다. 이러한 글쓰기 기술은 인물의 내적 세계를 풍부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오에는 도스토옙스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의 내적 갈등과 도덕적 혼란이 촘촘히 그려진 것처럼, 오에는 '버드'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한다.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는 단순히 사건의 전개에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이 마주하는 윤리적 선택과 존재론적 질문을 중심에 둔다. 이는 오에의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에는 도스토옙스키의 방식에 기반하여 주인공의 심리를 분해하고 다시 재조합함으로써, 그의 내적 변화가 서서히 드러나도록 한다. 버드가 아들의 죽음을 원하던 태도에서 아들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은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라, 그의 심리적 변화를 통해 독자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심층적 내면 탐구는 단순히 화려한 문장이나 극적인 사건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에의 글쓰기 기술은 구체적이고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가 인물의 고뇌를 직접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버드가 자신의 비겁함을 자각하는 순간이나 아내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괴리는 단순한 서술로 그치지 않고, 그의 내면을 통해 재구성된다. 이는 독자에게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결국, 심층적 내면 탐구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복잡성을 포착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와 오에 겐자부로가 보여준 글쓰기 기술은 문학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정적, 철학적 깊이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적인 체험』은 그러한 탐구의 모범적인 사례로, 심리적 갈등과 성장 과정을 정교하게 직조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도록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