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고향 마을 덕산에서 지내다 보니 낯선 사람, 낯선 집들이 그야말로 낯설다. 10년 후쯤에는 아마 토박이 고향 사람들보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마을을 차지할 듯싶다. 하지만 이것은 고향의 미래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순히 기우일 수 있다. 왜냐하면, 비록 마을을 떠나 있는 사람이 대다수일지라도, 적당한 계기를 마련하면 다시 마을로 오거나 정기적 방문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기존 마을 회관 이외 타지에서 생활하는 마을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 잠시라도 쉬어 갈 쉼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향 마을에 집이 있는 사람들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마땅히 거처가 없거나 있어도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을 때 언제든 들러 마음 편히 쉬었다 갈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덕산이 고향인 사람이라면 시간 될 때 찾아와 펜션처럼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마을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닐까 싶다. 마을에 그런 장소가 있다면, 친구들이나 동창들 또는 선후배 모임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고향 마을에 와보고 싶어도 적당히 거처할 곳이 없어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지 싶다.
몇 안 되는 우리 친구들만 해도 시내에서 만나곤 한다. 우리 마을에 그런 공간이 있다면, 굳이 쓸데없는 비용 들여가며 시내로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들이 자주 고향에서 모이거나 해야, 작은 마을일지라도 전통을 되살리고 역사를 만들어 가며, 또한 마을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고민해 보곤 할 것이다,
오늘 결국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님 이야기가 기사화 되었다. 연합뉴스 기사 제목은 “이중근 부영 회장, 고향 마을·동창 수백 명에 최대 1억원 씩 나눠줘”였다. 이중근 회장님은 순천 서면이 고향이다. 예전에는 이중근 회장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지만, 몇 년 전 전라남도 윤문칠 도의원님 책을 만들면서 그 책 내용을 통해 어떤 분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보름 전쯤이었나. 장편소설 [싹심이] 저자인 정영철 선생님이 저녁이나 하자며 출판사로 찾아왔다. 정영철 선생님도 순천 출신으로 나와 순천문학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날 정영철 선생님에게 이중근 회장님 이야기를 들었다. 이중근 회장님이 순천 중 동창들에게 1억씩을 노후 자금으로 주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정영철 선생님과 이중근 회장님은 순천중 동창이다. 그런데 오늘 그 미덕이 기사화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중근 회장님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 그리도 깊을까. 어쩌면 고향의 기운이 당신을 그만큼 성장케 하였다고 생각하시는 지도 모르겠다.
나도 91세 어머니를 더는 홀로 생활하게 할 수 없어서, 두어 달 전부터 서울 사무실과 고향 마을을 오가며 일을 한다. 처음에는 다소 힘들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두 집 살림이 익숙해진다. 어머니의 하루 세끼며 이런저런 일을 챙기면서도 업무를 볼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고향에서 생활하다 보니 내가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돈을 좀 벌면, 이중근 회장님은 따라갈 수 없더라도 타지에서 생활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을 위해 편안하고 힐링되는 쉼터 하나 만들고 싶다. 하지만 출판사 사업이라는 게 늘 그러해서 언제쯤 그 꿈이 이루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저 생각에 그칠지도….
작고하신 마을 형님이 우리 마을 옛 모습 사진 복사본을 정리해 주신 것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커다란 액자를 만들어 마을 회관에 걸거나, 마을 옛날 사진을 모아 책자로 만들어 영원히 남기고 싶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그 형님이 그런 뜻으로 내게 옛날 사진을 정리해 주셨을 것이다. 비록 읽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마을 회관에 책장을 비치하면 책은 얼마든지 채워줄 수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회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겠고, 괜한 이야기 해서 간섭처럼 비칠까 해 혼자만 생각 중이다.
이중근 회장님은 지금까지 1조 넘게 기부를 하셨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1억이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이었다. 있이 사는 사람들에게야 1억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없이 사는 사람에게 1억은 자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돈이다. 더구나 여든이 넘은 노후에야…
간헐적으로 소나기가 쏟아지는 밤이다. 사방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밤새 들으며 잠들었으면 싶은데…. 시골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시요, 수필이다. 이래서 고향은 힐링의 터전이다. 오늘 우리 집에는 온종일 떡두꺼비가 목격되었다. 움직임이 둔한 것이 꼭 나무늘보 같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길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데 행여 다칠까 봐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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