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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

세 문단 짧은 수필 쓰기, 한잎 수필…무제

by 해들임 2024. 9. 19.

살갗을 태울 듯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흘레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으련만, 바람은 감질나게 속삭일 뿐이다. 올여름 줄기차게 내리쬐는 햇볕은 자주 습기가 들어찬 나의 내면을 뽀송뽀송하게 하였다. 추위와 햇볕의 부재로 우울한 날이 잦은 겨울이 되면 올여름의 이 햇볕이 그리울 것이다.

땡볕이 한풀 꺾인 밤이면 풀벌레 소리가 어두운 허공을 굴러다닌다. 손을 휘저으면 잡힐 듯한 소리들이다. 고향 마을 앞 개펄 바다의 윤슬이 소리를 낸다면 이들 풀벌레 소리와 같을지 모른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방울을 흔들며 버선발로 허공을 뛰어오르던 도봉산 어느 처녀 무속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추석 연휴가 깔딱고개를 넘고 있다. 동생 부부가 상경하는 내일이면 다시 어머니와 나만 남게 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는 또 시골집에서 92세 어머니 하루 세 끼 식사를 챙겨가며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할 것이다. 급히 출간해야 할 책들이 있어서 고민이 깊어진다.

이번 추석 차례상 음식도 92세 어머니가 손수 하였다. 기력이 부치셨는지 오늘은 온종일 누워만 계신다. 어머니가 긴 잠을 주무실 때면 왠지 불안한 마음이다. 내일부터 모 방송국 휴먼 다큐를 촬영할 예정인데, 어머니가 기운이 없으면 제대로 촬영이 될까 싶다. 늙은 아들이 노모와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담겠다고 하였다. 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순천 시골집까지 무려 7시간 30분이나 걸려 방송작가들이 사전 미팅차 내려왔었다. 모든 게 무사하게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특히 그들이 원하는 바가 흡족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