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히 스러지는 빛의 언덕,
하늘은 붉고, 땅은 어둑해진다
가장 낮은 곳에 닿는 빛
부서진 조각처럼 아린 평화로 스며든다
남겨진 빛의 속삭임
끝이 아님을 말하는 침묵 속 온기
어둠이 다가오더라도
빛은 한 걸음씩 물러서며 길을 열어준다
사라짐이 곧 끝이 아님을,
되돌아오는 새벽은 항상 약속 속에 숨어 있다.
해 질 녘의 마지막 빛은 하루의 끝을 알리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가며 어둠을 준비하지만, 그 빛은 가라앉으면서도 여전히 따뜻함을 남긴다.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찾아오는 순간적인 평화처럼, 마지막 빛은 짧지만 깊은 위안을 준다.
소멸적 기쁨은 바로 이러한 순간에 깃든다. 삶이 힘겨운 터널을 지나갈 때, 그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빛은 길지 않다. 그것은 부서지고, 희미해지며, 사라진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느껴지는 평화는 어둠 속에서도 살아갈 용기를 준다. 어둠이 온전히 드리워지는 순간조차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잠시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이 마지막 빛은 말한다. 사라짐이 끝이 아니라고.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빛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우리의 고통 속에서도 가끔 찾아오는 작은 위로는 이와 같다. 그것은 모든 것을 치유하지 못할지라도, 어둠을 견딜 힘을 준다. 이 작은 평화가 바로 회복의 시작이다.
빛은 한 걸음씩 물러서며 어둠을 맞이한다. 그러나 물러난 자리마다 희미한 온기가 남는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느껴지는 빛의 흔적이다. 마치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남겨진 작은 흔적들이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듯이. 순간적인 평화는 길고 긴 여정의 한 부분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계속 걸을 이유가 된다.
해 질 녘의 마지막 빛은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희망은 어둠 속에서도 존재하며, 그 희망은 결국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 빛을 기억하며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간다. 어둠 속에서도 끝내 새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소멸적 기쁨(Dysthymic Joy):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순간적인 평화를 경험하거나,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
'격려-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친 삶을 위로하는 노래, 나는 반딧불? 아니 “나는 바퀴벌레” (0) | 2025.04.03 |
---|---|
더 단단해지는 아픔, 벗어날 수 없는 고난의 감옥 (0) | 2025.01.13 |
소멸적 기쁨, 새벽 안개의 고요 (0) | 2025.01.12 |
더 단단해지는 아픔, 굳어버린 울음소리 (0) | 2025.01.12 |
무덤처럼 깊은 침묵 속 더 단단해지는 아픔 (0) | 2025.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