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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

수필 쓰기에서 낯설게 하기 27, 자연물과 감정의 이질적 연결

by 해들임 2025. 5. 6.

🌈감각의 충돌로 피어나는 시적 인식, 낯설게 하기와 감정의 이질적 연결

문학적 수필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감각과 감정을 새롭게 조망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낯설게 하기는 익숙한 사물이나 현상을 비틀고 뒤틀어 새로운 인식의 지점을 생성한다. 이러한 기법은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가 슈클롭스키(Viktor Shklovsky)에 의해 체계화되었으며, 문학의 본질은 ‘자동화된 인식’에서 벗어나 ‘감각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에 있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그중에서도 감각 확장을 통한 낯설게 하기, 즉 자연물과 감정의 이질적 연결은 수필에서 강력한 문학적 장치로 작용한다. 전통적으로 무지개는 희망과 축복, 기쁨의 상징으로 인식되지만, 이를 '이별의 징조'로 재해석할 경우, 독자의 정서 체계에 충격을 주며 감각을 각성시킨다. 이런 이질적 연결은 감각의 충돌을 통해 기존의 인식을 전복시키고, 언어의 층위를 다르게 구성하게 만든다. 즉, 시적 메타포와 감정의 재배열이 동시에 일어나며 독자는 자연물에 내재한 상징성을 새롭게 사유하게 된다.

 

🎭 감정의 감각화, 감각의 정서화는 이러한 낯설게 하기의 본질적 움직임이다. 자연물은 수필 안에서 단지 배경이나 장식으로 머무르지 않고, 감정의 동력으로 기능하며 독자의 감각 체계에 직접 관여한다. 예컨대 무지개를 ‘소멸 직전의 빛’으로 보거나 ‘사라지는 관계의 마지막 선물’로 정의하면, 자연물은 새로운 의미망을 갖게 되며 감정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이때 ‘감각의 언어화’는 기존의 서술적, 논리적 문장을 벗어나 은유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전환되며, 수필은 감정의 움직임을 형상화하는 문학으로 완성된다.

 

🌌 감각 확장의 미학은 이러한 이질적 조합에서 비롯된다. 촉각이 시각으로, 청각이 정서로 전이되는 과정은 수필에서 중요한 문학적 실험의 장이 된다. 한밤중에 들려오는 빗소리를 ‘관계의 균열음’이라 서술하거나, 봄날의 꽃향기를 ‘떠나는 이를 위한 작별의 인사’로 치환하는 방식은 독자의 일상적 감각을 일탈시킨다. 수필가는 이 과정에서 독자가 상상하지 못했던 정서적 충돌을 유도하며, 그것이 문학의 감각으로 작동하게 한다.

 

🌿 결국 낯설게 하기는 단순히 새롭고 독특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정과 자연물 사이의 낯선 연결은 감정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며, 독자는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무지개가 더 이상 기쁨의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고, 이별을 앞둔 자의 마지막 위로로 재배치될 때, 수필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 감각적 철학의 장이 된다. 이는 수필의 본질이 단지 일상의 기록이 아닌, 일상의 감각을 새롭게 해석하는 ‘미적 사유의 공간’임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 수필의 문학성은 감정의 관습적 구조를 전복시키는 데서 비롯된다. 그 핵심에는 낯설게 하기라는 언어 실험이 존재하며, 그 실험의 도구로 감각의 확장과 감정의 재배치가 활용된다. 자연물과 감정의 이질적 연결은 단순한 수사의 기교가 아니라, 언어로 표현되는 인간 내면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이다. 이와 같은 장치는 수필을 보다 문학적으로, 보다 시적으로, 보다 철학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학적 실천을 가능케 한 수필가 중 한 명은 니콜라이 고골이나 파스칼 키냐르와 같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감각의 틈새를 파고들어 낯선 감정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사유를 자극해왔다. 이들은 언어가 아니라 감각의 충격으로, 논리가 아니라 상징의 교란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수필은 문학이 된다.

아래는 앞서 설명한 ‘자연물과 감정의 이질적 연결을 통한 낯설게 하기’ 이론에 부합하는 간결한 예시들이다.

 

🌈 무지개 = 이별의 징조

통상적으로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으로 소비되지만, 다음과 같이 서술하면 감정의 새로운 층위를 자극할 수 있다.

"무지개가 하늘에 걸리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마치 마음이 떠난 자의 발자취처럼, 빛은 찰나였고 금세 사라졌다.“

 

🍃 봄바람 = 슬픔을 감싸는 손길

봄바람은 일반적으로 생명력이나 설렘과 연결되지만, 다음처럼 표현하면 감정의 충돌을 만들어낸다.

"그날의 봄바람은 웃지 않았다. 꽃잎을 어루만지듯 내 뺨을 스치던 그 감촉은, 오히려 오래된 슬픔을 다시 불러냈다."

 

🌕 보름달 = 불면의 고통

보름달은 완성이나 충만함의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다음과 같이 반전시킬 수 있다.

"달이 차오를수록 내 안의 잠은 말라갔다. 꽉 찬 빛은 도리어 내 마음의 공허를 비추고 있었다."

이처럼 익숙한 자연물을 감정의 전혀 다른 결과 연결하는 방식은 독자의 인식 구조를 흔들고, 감정의 재배치를 유도하여 수필의 문학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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