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의 낯설게 하기: 도식적인 도덕 뒤집기와 진실의 재발견
문학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은 ‘낯섦’이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바로 이것이 문학성의 본질이며,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가들이 정의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의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기묘하거나 이질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일상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인식의 전복이기도 하다. 특히 도덕적 사고의 영역에서 이 ‘낯섦’은 더욱 강력한 문학적 효과를 창출한다. “거짓말이 더 진실할 때”라는 역설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 도식적 도덕의 문제: 평면적 사고의 감옥
현대 사회의 도덕 교육은 대개 이분법적이고 도식적이다. ‘정직은 미덕’, ‘거짓은 악’이라는 이분법은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주입된다. 이러한 도덕은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며, 실제 인간의 감정과 선택의 맥락을 무시한 채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강요한다. 결과적으로 도덕은 경험을 해석하는 살아 있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판단하는 고정된 틀로 전락하게 된다.
문학은 바로 이 틀을 깨뜨리는 데서 시작한다. ‘선’이라 믿어온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악’이라 낙인찍힌 것이 어떤 면에서는 인간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독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도덕적 지형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이러한 혼란이야말로 문학이 유도하는 인식의 전환이며, 그 안에 낯설게 하기의 진정한 힘이 있다.
🔍 거짓말이라는 진실: 도덕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인간성
‘거짓말이 더 진실할 때’라는 표현은 단순한 역설이 아니다. 이 명제는 윤리적 선택의 모순된 지점을 날카롭게 찌른다. 예컨대 아픈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윤리적으로 느껴진다. 이때 거짓은 단지 사실과 다른 진술이 아니라, 사랑과 배려라는 더 깊은 층위의 진실을 담는 수단이 된다.
문학은 이러한 복합적인 윤리의 층위를 다루는 데 탁월한 도구다. 낯익은 도덕을 전복시켜 인간 내면의 고뇌와 맥락을 드러내는 방식은 독자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이는 거짓말을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실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와 상황, 감정의 그물망 속에서 유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장치다.
🧠 사고의 틀을 흔드는 글쓰기: 윤리적 역설과 문학의 역할
낯설게 하기는 감각의 재조정뿐 아니라 사고의 궤도를 뒤흔드는 힘을 지닌다. 이를 위해 글쓰기는 독자가 익숙하게 믿고 있는 윤리적 도식을 교란시키는 장치를 활용한다. 그 장치는 문장의 전개 방식일 수도 있고, 인물의 선택을 통해 드러나는 내적 갈등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학이 단순한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처음에는 모순처럼 보였던 상황 안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인, 더 진실에 가까운 정서를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는 그래서 도덕을 설명하기보다, 도덕의 경계에서 ‘무엇이 인간다운가’를 묻는다. 이 질문이 바로 독자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이며, 문학의 진정한 가치가 되는 지점이다.
📚 문학은 도덕이 아니라 감각을 다룬다
문학이 다루는 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그 판단을 둘러싼 인간의 갈등과 감정이다. 낯설게 하기 기법은 이러한 복잡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필수적인 장치다. 특히 ‘도식적인 도덕 뒤집기’는 도덕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을 더 깊고 정직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는 독자의 고정관념을 흔들고, 새로운 차원의 윤리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문학적 전략이다.
결국 문학은 윤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다시 생각함’ 속에서, 문학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낯설게 하기란 그런 의미에서, 문학을 문학이게 만드는 가장 치열한 실천이 된다. ✨
📖 문학 속 ‘도덕 뒤집기’의 대표 사례들
1.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정한 인간’, ‘비도덕적인 존재’로 사회적 단죄를 받습니다. 하지만 독자는 오히려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고뇌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뒤늦게 발견하게 됩니다.
👉 **도식적 도덕(슬픔은 울어야 한다)**에 대한 전복입니다.
2. 📗 안톤 체호프의 단편 「사랑에 대하여」
불륜이라는 ‘도덕적 잘못’의 틀 속에서, 체호프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얼마나 절실하고 진실한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사회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는 관계가, 한편으론 인간적인 고통과 사랑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는 혼란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 ‘사랑은 정당한 관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의 뒤집기입니다.
3. 📙 조지 오웰의 『1984』
주인공 윈스턴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거짓’을 말해야만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체제에 저항하며 금지된 사랑을 선택하고 진실을 기억하려는 그의 ‘반역’이 더 도덕적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 진실을 말하는 것이 반드시 선이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예시들은 모두 독자가 익숙하게 믿어온 도덕적 잣대를 낯설게 만들며,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인간 이해로 이끌어갑니다. 낯섦을 통한 ‘다시 보기’가 바로 문학의 힘이며, 도식적 윤리를 뒤집는 방식은 그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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