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에서 낯설게 하기 38, 철학적 질문 던지기

🌀 문학에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는 단순한 표현 기교를 넘어, 인식의 지형을 흔드는 본질적 기법이다. 수필이 단순한 감상문이나 일상 기록을 넘어 문학적 깊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익숙한 사고 틀에 균열을 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철학적 질문은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일상 속 익숙한 명제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 하나—예컨대 “삶은 왜 끝나야만 하는가?”—는 독자의 인식을 다시 묻고, 다시 보게 하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철학적 질문의 힘: 자동화된 사고를 해체하다

사람은 대부분의 일상을 관습적 인식 속에서 살아간다. 언어, 감정, 시간, 삶과 죽음에 대한 사고는 이미 주어진 틀 속에서 작동하며, 질문 없이 받아들여진다. 이때 ‘삶은 왜 끝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은 마치 멈춰 선 시계처럼 시간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던 사고의 회로를 역방향으로 되감는다. 철학적 질문은 사유의 자동화를 해체하는 장치이며, 그 자체로 독자의 인식에 낯설음을 부여한다.

수필에서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사변이 아니라, 현실과 감정의 심층에 침투하는 문학적 기법으로 작용한다. 질문은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달하여 감정을 흔들고, 새로운 사유를 요청한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수필은 비로소 감성적 반응이 아닌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는 철학적 텍스트로 거듭난다.

 

🧩 ‘왜’의 반복이 여는 사유의 문

철학적 질문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이 반복될수록 독자는 언어의 틀을 의심하고, 통념을 경계하며,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탐색하게 된다. ‘삶은 왜 끝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죽음의 불가피성을 묻는 것이 아니라, 끝남의 의미, 시간의 방향성, 존재의 필연성과 우연성을 모두 아우른다. 이러한 다층적 해석의 가능성은 수필이 단순한 서술에서 벗어나 철학적 탐구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질문은 수필 내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규정하지 않고 열린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독자는 작가의 사유를 따라가되, 그 결론에 동의하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자신의 사유를 병치하거나 반박할 수 있다. 이처럼 철학적 질문은 수필의 독서 경험을 일방적 이해에서 쌍방향 대화로 전환시킨다.

 

🪞 문학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기법

낯설게 하기 기법은 결국 문학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시도다. 문학이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매개로 삶의 틀을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철학적 질문은 문학을 삶의 유희나 감정의 도피처가 아닌, 현실을 마주보고 이해하려는 존재론적 탐구로 만들어준다.

‘삶은 왜 끝나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은 문학이 늘 마주해온 고전적 주제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인간의 유한성, 죽음의 의미, 시간성, 존재의 목적 등 다양한 문제를 소환하며, 수필의 사유를 단단하고 정교하게 만든다. 독자는 이 질문을 접하는 순간, 기존의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밀려나 낯선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 결론: 수필의 철학화는 곧 인간의 내면화

수필은 삶을 기록하는 장르이자, 삶을 해석하는 장르다. 낯설게 하기 기법 중 ‘철학적 질문 던지기’는 수필을 일상성의 표면에서 끌어올려 존재의 심연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 기법은 단순한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독자와 작가 모두가 현실을 다시 구성하는 ‘사고의 재건축’이다.

따라서 수필이 문학성을 획득하고자 한다면,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 질문을 던지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질문은 시작이다. 익숙함을 해체하고 낯섦을 마주하는 그 순간, 수필은 문학이 되며, 문학은 다시 철학이 된다.

🔸예시 1: “삶은 왜 끝나야만 하는가?”

수필 속 문장:

매년 피는 벚꽃을 보며 사람들은 아름답다 말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짧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의 삶도 끝이 있어야 비로소 찬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삶이 영원하다면, 그 모든 만남과 사랑은 무뎌지지 않을까?

→ 설명: 이 문장은 “삶은 왜 끝나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자연과 연결하여 제기하며, 독자의 사고에 틈을 만든다.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예시 2: “나는 누구인가?”

수필 속 문장:

주민등록증 속 이름이 진짜 나인가. 아니면, 타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이 나인가. 거울 앞에 선 지금 이 모습은 그저 익숙함일 뿐, 어쩌면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 설명: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일상의 장면(거울 보기)과 연결하여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자기 인식에 혼란을 준다. 이 낯설게 하기는 독자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예시 3: “왜 우리는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는가?”

수필 속 문장:

“잘 지내요?”라는 인사에 정말 상대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걸까? 매일 반복되는 이 인사는, 어쩌면 아무것도 묻지 않기 위한 방패일지도 모른다.

→ 설명: 일상적인 언어 행위를 낯설게 만들며, ‘언어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필은 단순한 묘사에서 벗어나 존재와 관계의 본질로 독자의 사고를 유도한다.

 

이처럼 철학적 질문은 수필에서 사유의 불꽃을 점화하는 장치이며, 이론적 기법은 실제 문장과 맞물릴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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