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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데 가로수 잎 하나가 내 앞으로 떨어졌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철을 열심히 산 흔적이 보인다. 거친 바람과 천둥에도 잘 견뎠다는 칭찬 한마디 듣고 싶은지 나를 올려다본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철 살다가 떠나는 나뭇잎의 고통을 들여다본다. 여름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힘이 넘치는 청년 같다면 가을 숲은 세상이 헛됨을 알게 해준다.
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루미는 ‘인간이란 존재는 여관과 같다고 했다. 매일 아침 새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모든 만물은 시작과 끝도 없이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시간은 같은 굴레를 돌고 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많은 생명을 변화시킨다.
사람의 마음은 리비도와 티나토스가 움직인다. 리비도는 즐거움, 쾌락, 만족, 생존을 추구하는 긍정의 에너지고, 티나토스는 부정의 에너지로 공격성 파괴성을 말한다.
숲은 침묵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부질없는 가식을 떨쳐버리고 본질적인 모습으로 겨울을 견딘다. 사람들도 자기 자리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아름답다. 괴테는 자신의 일생 중에 행복한 시간은 17시간이었고 즐거웠던 시간은 4주뿐이었다며 고통은 정신의 보약이라 했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에 불과하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산다. 나는 인생의 가을로 들어서며 아름다운 색깔로 승화시키고 있다.
-최정아 수필집 [누군가의 저녁이 되고 싶다] ‘가을 색깔에 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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