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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와인생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출신답게 원서로 타로 시작, ‘타로 입문’ 저자 박선영

by 해들임 2024. 1. 20.

다음은 박선영의 ‘타로 입문’을 이해하기 쉽도록 전체를 살펴보는 프롤로그입니다.

 

저자 소요 박선영

 

A. 안녕하세요. 올해로 타로 입문 20년 차 소요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중학교에서 잠깐 영어를 가르치던 때가 있었는데요, 상담실 담당 선생님으로 학생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다가 타로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조금씩 아이들과 소통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던 아이들도 타로를 펼치면 카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곤 했으니까요. 이후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면서 잊고 있다가 결혼 후 다시 타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위 친구들에게 타로를 봐주던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지금은 N잡 중의 하나로 타로 상담과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타로 입문’을 쓰게 된 이유

 

A. 상담을 하면서 타로에 관심 있는 분들과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타로를 가르쳐 달라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해외 원서와 유튜브를 보고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다가 유튜브에 초급 내용들을 올리고 구독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작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oyoHealing).

그렇게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쌓이고, 많은 분이 그 내용을 책으로 읽어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번 책은 타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가 혼자 공부할 때 궁금했던 것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타로 입문’에 나오는 성격카드란 무엇인가

 

A. MBTI(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보셨나요? 성격카드는 수비학을 기반으로 하는, MBTI와 같은 성격 분류 중 하나예요.(정신의학에서는 성격은 개인이 주변 환경을 경험하면서 형성되는 후천적인 것, 기질은 타고나는 성향으로 구분하였으며, 본 책의 성격카드는 기질을 설명하는 것에 가까우나 편의상 성격카드로 이름 붙였다.)

MBTI뿐만 아니라 혈액형별 성격, 띠별 성격, 별자리별 성격 등과 같은 성격 분류는 꾸준히 인기가 많은데요. 왜 그럴까요?

MBTI를 살펴보면 해마다 250만 명 이상이 MBTI 검사를 한다고 해요. 이 검사가 믿을 만한 지표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MBTI를 테스트해 볼 때마다 같은 확률이 나올 확률은 25% 정도라고 합니다. 숫자로만 보면 그렇게 높은 신뢰도는 아닌 거죠. 게다가 본인이 테스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자기가 되고 싶은 성격의 바람이 반영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MBTI를 좋아하는 걸까요?

일단, MBTI에는 나쁜 유형이 없어요. 16가지의 모든 유형이 어떤 것이 나쁘고 좋고 하는 것 없이 그냥 다른 것뿐이니까요. 내가 어떤 유형이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MBTI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상대방에게 “MBTI 뭐야?”라고 물어봅니다. 대부분 사람은 심리학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I, N, F, P의 의미를 알고 이에 대비되는 알파벳 E, S, T, J의 의미도 알며 이를 서로 조합하기도 합니다. 마치 상대방의 혈액형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역학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요.

 

우리는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고유성을 인정받기를 원하죠. 길을 가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만 봐도 질색을 하며 피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른 사람과 한 그룹으로 묶이고 싶어 하는 욕구도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가지게 되는 모순 성향이 바로 성격 분류의 인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굳이 성격 분류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으로 서로의 비슷한 점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출생지, 거주지, 학연, 학번 등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묶이고 묶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이런 카테고리 속에서 우리는 안정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공통분모가 있으니 나만 홀로 이상한 존재가 아니야, 나는 집단 속에서 보호받고 있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그룹화함으로써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던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됩니다. 바로 나와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 카테고리 밖에 있는 사람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 고유의 성격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학연이나 지연만으로도 ‘그 사람은 나랑 같은 학교를 나왔으니 이럴 거야 이럴 수 있어, 나랑 같은 지역 출신이니 이런 점에서 이해가 되네’와 같은 스토리적 후광을 생성한다는 거죠.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다른 부류로 묶이는 사건이 있지 않다면요. 그래서 상대방이 내가 이해 못 하는 행동이나 언행을 할 경우, 나와 비슷한 사람이 ‘도대체 왜 저러지’라며 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당초에 다른 부류로 묶여 있었다면 우리는 쿨하게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하면서도 바람기 많은 나쁜 남자를 욕하다가 누군가 ‘걔 B형이잖아’라고 하면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끝내게 되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죠. 애초에 나와 다른 부류라고 묶인 사람은 그 다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성격카드도 서로의 다름을 쉽게 이해해 보려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나를 이해해 보려는 일종의 분류 방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성격카드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기반으로 해요. 타로카드와 매치하여 1번 헤르메스 유형부터 9번 크로노스 유형까지 9가지로 분류를 했는데요. 일종의 통계적인 특성들이기 때문에 나의 타고난 유형이 1번 유형일지라도 어떤 날은 3번 유형, 어떤 날은 7번 유형의 특성이 더 크게 발현될 때도 있겠죠. 다시 말하지만 나의 성격을 한 장의 카드로만 설명하는 것은 구성의 오류라 생각합니다. 성격카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려는 것이지 비판하거나 편가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 주세요. 몇 번 유형이든 소중한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사람은 상대에게 성격을 부여하고 상대의 계획을 추측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성격 특성, 목표 등의 이야기로 상대를 파악하려는 방법은 상대의 성격과 삶의 질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타인을 해석하는 방식은 우리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잣대가 다양할수록 여러 상황을 이해하기 좋다.”

- 하버드대학교 브라이언 리틀 교수

 

수비학이란 무엇인가

 

A. 수비학은 숫자가 지닌 영적인 특성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숫자는 기원전 8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숫자를 다루면서 고대 문명은 급격하게 발전했죠. 최초에 숫자는 이해관계를 표시하기 위한 극히 실용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를 세고 숫자를 만들어 기록하는 과정에서 점점 신비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각각의 수들은 서로 신비로운 관계를 맺고 있으며 놀라운 규칙성을 갖고 있다는 것들을 깨달았죠.

예를 들어, 달의 모양은 30일 단위로 일정하게 바뀌고 해는 365일 단위로 규칙적으로 바뀐다는 것과 같은 것들을 말입니다. 자연 현상을 숫자로 정확하게 예측하게 되면서 생활의 다양한 부분을 수와 연결하여 생각하려고 했고 나아가서는 세상 만물의 법칙과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최초의 철학이자 종교라고 볼 수 있겠네요.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수비학은 칼데아 수비학, 카발라 수비학, 피타고라스 수비학 정도인데요, 우리가 카테고리에 사용할 수비학은 피타고라스 수비학입니다.

 

피타고라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마 중학교 시절에 배운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수학공식이겠죠? 그래서 그를 유명한 수학자로만 알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그가 생존해 있던 시대에 비추어 보면 피타고라스는 뛰어난 철학자이자 종교가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모든 것은 수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이 말 역시 그가 수학을 너무 사랑한 수학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만물의 근원을 수로 보았기 때문에 남긴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파헤친 것은 수가 지닌 신비한 법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수라는 것은 우주가 우리에게 보내는 암호이며, 각각의 다른 진동을 방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진동 에너지들이 어떻게 우리 삶을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태어난 시기는 조로아스터의 세력이 컸던 때입니다. 전해지는 설에 따르면 피타고라스의 부모는 아들을 낳기 전에 아들이 인류를 풍요롭게 하고 고양시키는 지혜를 전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로아스터교는 유일신론, 사후세계, 천국과 지옥 같은 개념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특징들이 피타고라스의 철학 체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원전 530년 무렵 피타고라스는 지금의 남부 이탈리아에 해당하는 지역에 종교 학파를 세우고 제자들은 그가 개발한 종교적 의식과 훈련을 수행하고 그의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교리와 계율은 당연히 수학이고요. 우주 만물은 수(數)적으로 질서 지어 있고, 그 수적인 질서를 이해함으로써 우주를 이해하고 신을 이해하고,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영혼은 정화되고 신의 세계(이데아, 천국)와 합일된다는 내용입니다.

피타고라스 학파가 워낙 비밀스럽기도 했고, 6세기 말쯤 피타고라스 학파의 사람들이 정치에 개입하면서 몰살당했기 때문에 불행히도 남아있는 피타고라스 연구 자료는 많지 않지만 생년월일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고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는 몇몇 자료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피타고라스는 ‘생년월일을 모두 더해 한 자리 수로 만드는 감산법(감산법 : 10 이상의 수의 경우 각 자리 수를 더해 한 자리 수로 만드는 것)’으로 계산된 값인 한 자릿수를 운명수라고 불렀습니다. 모든 생년월일을 1부터 9까지 숫자로 감산하는 운명수의 기반에는 피타고라스 사상 속에 인간의 운명은 되풀이되는 것이라는 윤회의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혼은 죽음으로 인해서 육체로부터 분리되지만 또다시 새로운 육체로 태어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피타고라스 종교 학파의 회원들은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였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자기와 관련된 사람, 친구, 가족, 조상 등의 혼이 동물로 환생 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생이 하나의 주기로 변화를 계속한다는 피타고라스의 운명론은 동양의 사주학이나 서양 점성술과도 유사합니다.

이 운명수를 타로와 접목한 것이 성격카드입니다.

 

“세상 만물은 숫자로 표현할 수 있으며 숫자로부터 태어났다.”

-피타고라스

 

성격카드를 설명하면서 신화의 인물을 가져온 이유

 

A. 신화가 바로 최초의 인간 모습의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신화의 영어 단어 myth는 그리스어 mythos에서 나온 말입니다. mythos는 원래 한 부족, 종족에게 내려오는 이야기를 의미하는데 지금은 신에 관한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신화는 플라톤 시절부터 철학적으로 꾸준히 연구되어 왔고, 프로이트 시절부터는 신화를 심리적인 문제와 결부시켰습니다. 프로이트는 ‘신화는 한 집단의 꿈에 해당하며 내용적으로는 민족이나 집단의 유아기의 성애적 소원 환상에 해당하는 근친상간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현대의 많은 예술은 신화나 전설에서 내려오는 것들을 기본 모델로 하여 작가의 창조성을 덧붙이는 것 뿐’이라고도 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많은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이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다 신화에 나오는 유형을 각색한 것이라는 거죠. 프로이트에 이어 융은 정신을 크게 의식과, 개인무의식, 집단무의식으로 나누었습니다. 여기에서 집단무의식, 즉 무의식적 집단 이념과 생명적 충동이 바로 신화적 사고와 신화적 삶을 의미한다고 하였습니다. 좀 어렵죠,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에게는 개인의 경험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이 있고, 그것은 신화와 같은 스토리로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융은 나중에 이것을 인류에 내재하는 보편적 심상인 ‘원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주 힘든 일을 겪으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이 힘든 일을 견디어 내야겠다는 각오나 결심이 생기면서 불끈하게 되죠. 이것이 바로 영웅적인 원형입니다. 우리는 실재 우리가 만난 영웅 때문에 영웅적인 원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우리가 영웅 원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영웅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융은 신화나 민담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신화적 인물 유형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모성 원형, 어린이 원형, 노(老)현자 원형 등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원형 등이 과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물일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화적 원형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딸을 과잉보호하는 어머니, 과잉보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딸, 오지랖 넓은 친구, 자기만 아는 바람둥이 남친, 어린 시절 사고만 치다가 훌륭하게 성장한 아들 등등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신화를 통해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 경험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성격카드 1번부터 9번까지 각각의 수를 그리스 신화와 연결하여, 신화 속 주인공의 스토리를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타로 결과는 바뀔 수 있는가

 

A. 사람마다 세상과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을 텐데요. 저는 세계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물리학의 양자역학에서는 ‘에너지는 관측되지 않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상태로만 존재하다가 관측되는 순간 눈에 보이는 입자 알갱이로서 존재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은 파동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의지가 깃들면 하나의 현실로서 확정이 됩니다. 우리가 아무 의지나 의도 없이 따라간다면 아마 사주팔자대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로는 지금 현재의 나의 확정된 파동 또는 에너지를 토대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의 파동이 드라마틱 하게 바뀐다면 결과 역시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단시간에 우리의 파동이 바뀌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타로 결과는 바뀔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네, 아니오로 대답드리는 대신, 타로는 ‘현재 내 상태를 봤을 때 가능성이 높은 나의 미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