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번 바보(The Fool): 사랑 앞에 선 두 사람의 첫걸음
“그냥 해보고 싶었어.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시작해보고 싶었어.”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5월 어느 날, 스물네 살 지후는 대학교 후문 카페 앞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심장이 뛰고, 손바닥은 땀에 젖어 있었다. 그 앞에는 하윤이,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연극영화과 후배가 서 있었다. 밝은 민트색 셔츠와 하얀 스니커즈,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세상과 조금 동떨어진 눈빛. 지후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사람은 바람처럼 자유롭고,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 혹시 시간 괜찮으면 같이 산책할래요?”
지후의 말에 하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
“응, 좋아!”
그 순간, 지후의 머릿속에는 어쩐지 절벽 끝에 선 ‘바보(The Fool)’ 카드가 떠올랐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는 청년. 손에는 작은 보따리 하나, 옆에는 충직한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앞에는 깊은 절벽. 세상 어디로든 갈 준비가 된 그 모습처럼, 지후도 지금 그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무모함과 설렘 사이
사실 지후는 연애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너무 조심스럽고, 머릿속 계산이 많았다. “이 말 하면 부담스러워할까?”, “괜히 연락했다가 귀찮아하면 어쩌지?” 항상 생각만 하다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하윤은 달랐다. 어떤 말에도 놀라지 않고, 웃으며 “그런 생각도 재밌다”고 말해주는 사람. 규칙을 깨뜨리고, 길을 벗어나도 혼내지 않는 그런 사람.
둘은 호숫가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영화, 어릴 적 꿈, 그리고 요즘 밤마다 듣는 음악. 말이 오갈수록 지후의 마음은 가벼워졌고, 그 무게를 줄인 건 어쩌면 ‘바보’ 카드가 말하는“경험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순수한 용기”였을지도 몰랐다.
“나, 사실 너한테 좋아한다고 말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어.”
“왜?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
“거절당하면 무서울 것 같아서.”
“그럼, 그냥 같이 걸어보는 거야. 어디로든. 무서우면 손잡아줄게.”
하윤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신뢰와 따뜻한 용기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마치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처럼, 예측 불가능한 길에 기꺼이 발을 내딛는 ‘바보의 용기’를 지후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연애는 항상 '0번'에서 시작된다
‘바보(The Fool)’는 단순히 무모하거나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도 시작해보려는 순수한 존재, 바로 새로운 가능성의 문 앞에 선 사람이다. 연애도 그렇다. 계산 없이, 확신 없이도 끌림 하나로 손을 내밀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첫걸음일지 모른다.
그날 이후, 지후는 더 이상 ‘말해도 될까?’라는 걱정에 갇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지금 여기에 있는 마음’으로 채워나갔다. 정해진 목적지도, 확실한 약속도 없지만, 하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따뜻했고, 살아 있었다.
연애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은 0번에서 출발하는 바보다. 그렇기에 그 사랑은 언제나 가장 빛나는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랑이란, 결국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길 위에, 두 사람이 손잡고 나아가는 여정이니까.
🃏 ‘The Fool’은 우리 모두가 사랑 앞에서 돌아가는 원점이자, 새로운 감정의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는 용기의 상징입니다.
메이저 아르카나 0번 바보(The Fool) 카드 노래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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