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한 우리 시대 할머니의 티 없이 맑은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
올해 83세인 평범한 할머니 김술남 시인이,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를 해드림출판사를 통해 발표하였다. 시집 제목에서 ‘풍경소리’는 시인의 맑은 시를 뜻한다. 이 맑은 소리가 아름다운 노을조차 공명(共鳴)케 한다는 뜻이다.
시인은 전형적인 우리네 할머니다. 어린 손주를 품어 안고 다독이며 키웠던 조용하고 인자한 할머니, 다만 시를 쓰는 할머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시를 배운지 몇 해 안 된 83세 시인이 당당히 시집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다. 이는 젊은 날부터 80 중반 가까운 지금까지, 흐트러짐 없이 삶을 꾸려가는 진지한 성찰이기도 하다. 더구나 시인은 나이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배우려는 의지와 세계 여행의 꿈, 사랑을 꿈꾸는 소녀 같은 감성, 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이를 통한 사색 등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어른들이 동경할 만한 정신적 정서적 삶의 의식을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는 사랑을 소제로 한 ‘1부 그것이 사랑이었나’, 동심이 빛나는 ‘2부 예쁜 질투’, 추억을 소재로 한 ‘3부 자취소리’, 자연을 노래한 ‘4부 솔잎을 스치는 바람’ 등 전체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가슴 미어지게 그려낸 시들도 있다.
80대에는 정신적 정서적 건강이 더욱 중요,
문학은 그 비결일 수도
대부분 우리네 부모 혹은 할머니 세대가 젊은 날을 가난하게 꾸렸듯, 시인도 마음껏 채울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지성을 학교 대신 독서로 채웠고, 지금은 시를 쓰며 감성을 풍성하고 건강하게 지켜간다.
시란 바람이고, 구름이고, 달이고, 별이다. 바람도 시를 쓰고, 구름도 시를 쓰고, 달과 별들도 시를 쓴다. 따라서 아무런 시적 장치 없이도 누구나 시를 쓸 수 있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에는 ‘영혼을 맑히는 시들’이라는 표현처럼 티 없이 그려내는 시들이, 때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소중한 추억을 불러들여 가물거리는 기억력을 회복시키고, 세파에 쓸려가 버린 동심을 되살리기도 한다.
요즘은 80대에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는 시인이나 수필가들이 적잖다. 해드림출판사를 통해서만 보더라도, 우선 디카시집 [쇠기러기 설악을 날다]를 펴낸 이상범 시인, 수필집 [나는 사랑나무입니다]를 펴낸 박현경 수필가 등이 김술남 시인과 비슷한 80대 연배이다. 이상범 원로 시인의 경우 거의 매년 시집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 어른들처럼 80대에도 문학을 가까이 하면 정신적, 정서적으로 얼마나 건강 찬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엿볼 수도 있다.
100세 시대, 특히 추억을 반추하는 시 쓰기의 중요성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에는 다양한 소재의 시들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 특히 3부 ‘자취소리’에는 지나간 삶이나 추억을 반추하는 시들로 묶여 있다. 능숙한 시적 기술이나 기교 없이, 지나온 삶의 자취소리를 자연스럽게 시로 쓴 것이다. 이들 시는 문학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엄마의 밥상에는 슬픔이 없다]라는 정제성 장편소설이 있다. 90세가 넘은 아버지가 치매를 앓는데, 역시 90세 가까운 어머니는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대신 손수 병시중을 한다. 어머니는 매일 아버지의 밥상을 차리면서, 아버지가 지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과거 즐겨먹었던 토속적인 국이며 반찬을 올리는 것이다. 추억의 밥상인 셈이다. 결국 아버지는 어머니의 밥상을 통해 상실된 기억력을 회복해 간다는 치매치유 소설이다.
우리 부모나 할머니가 당신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대부분 젊은이들은 진부하게 받아들이거나 그 가치를 폄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제성 소설에서 엿보듯, 지나간 추억을 시로 그려내는 작업은 우리 기억력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일종의 문학 치유이기도 하는 것이다.
본문 일부
역마살
역마살을 받았나
자꾸 훨훨 떠나고 싶다
사철 아름다운 우리 강산
보고 또 봐도 좋은 풍경
붕붕 뜨는 마음
잠잘 줄 모르고
훌훌 떠나려니
벌써
석양이 지려 하네
아차
아침에 떠날 걸…….
할머니 지팡이
정이 깊은 할머니는
맨날
손주를 업고 다니신다
세상에서 손주들이
제일 예쁘시단다
첫째부터 일곱 명
모두 업어 키우고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는데
지팡이 짚고 다니신다
낮에는 해를 업고 다니고
밤마을 갈 때는
또
달을 업고 다니신다
주름진 얼굴에 웃음 짓던
할머니 보고 싶을 때
똑똑
지팡이 소리 들린다.
자유
반갑기 그지없는
널
자늑자늑 씹으며
보내지 말아야지.
낮달
엄마가 여다 놓은
물동이에서
낮달을 건지다가
날아 간 달이 안 온다고
울고 있는 어린 딸
엄마 아빠
웃음
달 찾아간다.
저자소개
≈ 시인은 1936년 경북 군위군 부계면 신월리에서 태어났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글을 깨우친 뒤, 아버지의 만류로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독서량을 쌓았다.
≈ 사십대 중반 가톨릭에 입교한 뒤 두류성당 임마누엘 대학(어르신대학)에서 박상옥 시인의 지도로 시에 눈을 뜨기 시작하여, 2015년 매일신문사 시니어문학상에 ‘까치똥’이 당선되었다.
≈ 3년 전 제1시집 「찔레꽃 하얀 꿈」을 발표한 시인은, ‘청정한 시들이 아름다운 노을도 울린다’는 의미의 이번 제2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를 발표하게 되었다.
차례
들어가는 글-지난 시간을 회억하며 4
1부. 그것이 사랑이었나
자유 20
역마살 21
할머니 지팡이 22
비 24
가방 하나 달랑 메고 25
산행 26
소태 인생 27
춘하추동 28
못 잊어 29
매미의 짝사랑 30
사랑 31
하늘을 보며 32
목화 꽃 34
가분수 36
당산나무 할매 37
달리고 싶다 38
위를 쳐다 보지마 39
포기하지 마 40
감사하며 41
눈 오는 밤 42
남양군도 43
조롱조롱 은구슬 44
책 읽는 노고지리 45
외로운 기러기 46
가는 세월 47
내가 사랑한 당신 48
산에서 살고 싶다 50
행복한 전화 52
찔레꽃 하얀 꿈 53
봄 꿈 54
난 몰라 56
봄 풍경 58
귀뚜라미 59
2부. 예쁜 질투
쌩쌩 바람이 미워요 62
해님과 숨바꼭질 64
목화밭 65
물 걱정 66
혼자서도 놀아요 67
어버이날 68
꽃신 69
애가 타는 종달새 70
예쁜 내 옷자락 71
복날 수박 한 통 72
낮달 73
까치똥 74
홀씨 76
까치 77
수탉 가족 78
참꽃 79
제비 가족 80
벼 삼형제의 대화 81
가로등 82
예쁜 질투 83
모정 84
다람쥐 가족 86
거꾸리 장다리 86
할배가 만들어 준 짚세기 87
별이 쏟아지는 밤 88
감꽃술 90
3부. 자취소리
잊을 수 없는 날 94
예쁜 그 모습 95
모심기 96
밭갈이 97
꽁보리밥 98
내 고향 100
청포묵 102
송아지 너는 무슨 죄 103
제비의 잔소리 104
속소리 꿀밤묵 105
홍시 106
과메기 한 두름 108
섬진강 추억 110
친정 나들이 112
맛있는 호박씨 114
배꽃 피면 115
당숙모 116
그리운 단오 118
서숙밭 120
기다림 121
보리타작 122
등굣길 124
호박 서리 125
눈물의 겨울밤 126
산딸기 128
금 같은 시간 129
반가운 비 130
금주령 131
4부. 솔잎을 스치는 바람
예쁜 세상을 꿈꾸며 134
비 오는 우포늪 135
새봄 1 136
새봄 2 138
즐거운 소풍 139
눈 140
봄바람 141
다람쥐는 내 친구 142
달구경 144
구름 145
수목원 146
지리산에 오르다 148
천을산 150
매호천 1 151
매호천 2 152
고향 밤나무 154
보릿고개 156
춤추는 미꾸라지 158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길 3-4 센터플러스빌딩 1004호 해드림출판사
TEL. 02-2612-5552 FAX. 02-2688-5568 www.sdt.or.kr
노을을 울리는 풍경
김술남 저
면수 170쪽 | 사이즈 140*200 | ISBN 979-11-5634-289-2 | 03180
| 값 12,000원 | 2018년 07월 05일 출간 | 문학 | 시 |
문의
임영숙(편집부) 02)2612-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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