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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건강

뛰어야 산다, 살기 위해 달린다

by 해들임 2023. 7. 27.

뛰어야 산다.

살기 위해 달린다.

아니 죽지 않기 위해 달린다.

이즈음 아침마다 되내는 각오이다.

이번에는 좀 오래가지 싶다. 아침마다 죽지 않으려면 달리자는 심정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여느 때보다 비장하다. 사무실에다 러닝머신조차 설치하여 달려보려 애썼지만 늘 허사였다. 달리면서 흘리는 땀의 쾌감을 알면서도 며칠 못 갔다.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아직도 흡연 중이어서 폐가 걱정이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다. 허리가 자주 아픈 이유도 있다. 요즘 부쩍 통증이 괴롭힌다. 직업병일 수 있다. 오랜 세월 책상을 품고 살아 움직임이 적었다. 내 몸은 갈수록 분재가 되어 갔다. 워커홀릭이 되어 눈만 뜨면 책상을 품었다. 내가 움직이는 공간은 새장이나 다름 없었다.

아직은 달리다 뛰다를 반복한다. 이백 미터 뛰고 백 미터 걷는 식이다. 그럼에도 흐르는 땀을 통해 내 몸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아침 달리기는 노모를 보살피며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일하다가 시작하였다. 요즘 한 달 가운데 절반은 서울에서, 절반은 시골에서 일을 한다.

시골에서 아침 달리기를 할 때는 최상의 상쾌한 환경을 즐긴다. 대문을 나서면 마을 골목길을 빠져나오고, 신작로로 이어진다. 전북 익산 주변처럼 광활한 들판은 아니지만 마을 신작로를 벗어나면 딱 달리기 좋고 걷기 좋은 농로로 이어진다. 벼들이 한창 자라 온 들판이 새파랗다. 농로 다음에는 남파랑길 일부인 강둑길의 해안로이다.

마을 앞 해안로를 왕복만 해도 상당한 거리다. 걷든 뛰든, 이처럼 우리 고향 마을은 보석 같은 조깅이나 산책 코스를 지녔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구불구불한 구도로도 자전거나 조깅 또는 산책하기 알맞은 길이다.

해안로 개펄 강 건너편에는 천마산, 해안로 오른쪽 끝은 돼지산이다. 나는 돼지산 앞에서 잠시 몸을 푼다. 밤새 바닷바람을 품었다가 새벽이면 산바람과 섞어 내뿜는 돼지산 공기를 양껏 퍼마신다. 검도하듯 삼단봉을 휘두르며 손목 운동도 하고, 가볍게 발차기도 한다. 20대 때만 해도 붕붕 날았다. 벽에 바싹 붙어서도 발을 회전시켰다. 하지만 이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몸이 굳을 대로 굳었다. 지금 발차기는 펭귄 발차기이다. 자세는 1도 안 나온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 앞으로 10년 동안 뛰다 걷다만 한다 해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며칠 하다가 그친다면 나는 구제불능이 될 것이다.

서울로 와서는 안양천을 달린다. 안양천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내 사유와 절박한 기도들이 모래알처럼 뿌려진 곳이다. 이전에는 그다지 크게 감각하지 못하였는데, 시골에서 달리다 안양천을 달리려니 시골길이 몹시 그리워진다. 도시에서 밀려온 텁텁한 공기, 도림천과 안양천에서 흐릿하게 풍기는 하수 냄새 등이 산뜻한 호흡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달리는 사람들은 잘 달린다. 70대쯤으로 보이는 어른이 나를 앞서고, 젊은 아주머니도 나를 앞서고, 남녀 청년들도 나를 앞선다. 저들의 폐활량이 부러울 뿐이다. 쉼 없이 달리는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져들 간다. 나는 여전히 뛰다 걷다를 반복하지만 나는 저들처럼 몇 km를 계속해서 달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작심삼일이 아닌, 매일 지금처럼 달릴 수 있으면 족하다. 충분히 땀을 흘리기 때문이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달리다 보면 걷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뛰는 거리는 늘어날 것이다. 그리된다 해도, 하프나 마라톤 완주 욕심은 안 낼 것이다. 체력도 안 되거니와 수년 전 무릎을 심하게 다친 터라 무리해서 달리기할 생각은 없다.

 

몇 년 동안 일박이일 걷기를 반복한 경험이 있어서 걷는 데는 자신이 있지만 달리기는 내게 벅차다. 기도나 묵상을 하며 한창 걷기를 할 때, 달리는 사람들이나 자전거 타는 이들을 바라보던 내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기도와 묵상과 사유에 빠져, 고요히 그리고 차분하게 걷는 순간이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깊은 밤 홀로 안영천을 몇 시간씩 걸으며 깨달았던 것들이 삭막한 영혼을 평화로 채우기도 하였다. 하지만 내게 계속 달리기의 영감을 주는 게 있었다. 서서히 내 몸도 걷지 말고 뛰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땀을 요구한 것이다.

내가 처음 달리기를 생각한 것은 현직 교도관인 남창우 저자의 [사형수와 마라토너]를 출간하면서부터다. 술 마신 다음 날도 새벽 4시면 일어나 달린다는 남창우 저자는 수시로 내게 달릴 것을 권장하였다. 그리하여 달리기를 시작해 보았으나 한 달을 넘기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게으른 탓도 있거니와 내 안의 구심력이 원심력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우연히 두 번째 마라톤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김희석 저자의 [마라톤 길잡이, 풀코스 300회 완주 노하우]였다. 이 책을 만들면서 다시 달리기를 시도하고픈 마음이 꿈틀거렸다. 남창우 저자의 [사형수와 마라토너]는 주로 자신의 마라톤 체험을 중심으로 엮은 이야기라면, 김희석 저자의 [마라톤 길잡이, 풀코스 300회 완주 노하우]는 왜 인간은 달려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마라톤과 건강 관계, 초보자를 비롯해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마라톤의 기본자세, 풀코스 도전과 완주, 완주 후 회복 요령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들을 읽다 보면 달리고 싶은 충동이 불끈 솟는 게 사실이다. 50대 이후는 매일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달리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어쩐지 몸 놀림도 가볍고 하루 일과가 활기차게 이루어진다. 특히 흡연을 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일수록 아침 달리기는 필수가 아닌가 싶다.

남창우 저자의 [사형수와 마라토너]와 김희석 저자의 [마라톤 길잡이, 풀코스 300회 완주 노하우]로부터 받은 달리기 영감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 고향 마을 후배의 622km 울트라마라톤 성공이었다. 후배 박종일 군은 이 대회에서 최소 수면을 유지하며 6박 7일 동안 달려서 목표한 바를 거뜬히 이루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적인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극한의 사지로 자신을 몰아넣어 달성한 성공, 그 승리에서 얻은 쾌감과 자부심을 나는 평생 체험하지 못할지라도 후배의 체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충분히 내가 새롭게 태어나야 할 이유와 결의 같은 것을 얻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 인생이다. 늦게 시작한 삶인 만큼, 나는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단 1km를 뛰더라도 매일 아침 땀 흘려 뛰면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보약 같은 고향 마을 아침 공기가 나를 기다린다 생각하니 어서 또 어머니께 내려가고 싶다. 8월 즈음부터 시골 생활은 해드림출판사 순천지사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이루어질 것이다. 두어 해 전, 후배가 공직에서 퇴임하며 행정사 사무실을 열었는데 해드림출판사 순천지사 사무실 역할도 함께하기로 하였지만 여태 활용을 못하고 있었다. 시골집에서 온종일 일을 해보니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다행히 91세 어머니가 혼자서도 생활이 가능하신지라, 아침과 저녁만 내가 챙겨드리고 점심은 어머니 스스로 챙겨 드셔도 될 듯하였다. 마침 순천 사무실 인근에는 대형마트가 있어서 퇴근길에 간단히 장을 봐올 수도 있다.

아무쪼록 아침 달리기로 백세시대의 활기찬 인생 2막이 꾸려지기를 기대하며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