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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건강

안양천 지렁이와 선글라스

by 해들임 2023. 7. 28.

아침으로 안양천을 달린다. 신도림 도림천에서 이어지는 안양천이다. 달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달리며 땀 흘리는 게 목적이다.

아침을 달리며 땀을 흘리고 들어와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커피 한 잔 하면서 수필 한 편 읽거나 글 한 편 쓰거나 붓을 들거나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패턴이 내 환경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하루 시작이다.

안양천을 달리다 보면 곤혹스러운 게 있다. 다름 아닌 풀섶에서 기어 나온 지렁이들이 밟힐 듯 길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 내린 후에는 득시글거린다. 지렁이도 작은 게 아니다. 15센티 이상 되는 지렁이들이 길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걸 보면 징그럽다. 시골 출신인데도 지렁이는 싫다. 달리는 내내 지렁이를 봐야 하는 게 곤혹스러운 것이다.

생각다 못해 달리면서 짙은 선글라스를 쓰기로 하였다. 요즘 삼단봉을 돌리며 손목 운동을 하는데, 달리는 복장이 위아래 검은색인 데다 삼단봉을 들고 선글라스를 썼으니 경호원 포스가 나온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아침부터 무슨 선글라스냐 하겠지만 번들거리는 지렁이를 어느 정도 가려주니 달리기가 훨씬 낫다.

 

이제야 땀 흘려 달리는 일이 내 몸을 재생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나처럼 체력이 약하면 무리해서 달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건강을 위해 달리는 것이니 땀 흘리며 서서히 퇴화되어 가는 내 육신을 다시 활성화시키면 족하다. 더구나 나는 일하는 데 쏟는 시간이 많을 뿐만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하면서까지 운동하는데 시간을 쏟을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내 일에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열어가는 여정이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의 밑절미는 체력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