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기술 16, 예측 불가능한 전개

예측 불가능한 전개: 독자의 예상을 배신하는 쾌감

 

스토리는 언제나 예측을 동반한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기대한다. 그런데 그 기대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면 오히려 이야기의 긴장이 느슨해진다. 반대로, 상상을 배신하는 전개가 펼쳐지면 독자의 뇌는 전율을 일으킨다. "이럴 줄 몰랐다"는 충격, 낯선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의 쾌감, 그것이 바로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단순한 반전이 아니다. 그것은 문학과 스토리텔링의 본질을 뒤흔드는 창조적 전복이며,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이 기술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살인을 저지른 후의 전개는 많은 독자의 기대를 뒤엎는다. 그는 죄책감에 무너져 자백할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자신과 싸우며 도망친다. 그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흔들림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방향으로 나아간다.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닌, 인간의 도덕성과 신념을 재구성하는 서사로 독자는 이끌린다. 도스토옙스키는 '범인이 자백하고 벌을 받는다'는 클리셰를 거부하고, 독자의 내면까지 같이 파고든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란 단순한 트릭이 아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에서 주인공들은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초반에 드러내지만, 독자는 그들의 감정과 미래에 집중하게 된다. 클라이맥스는 예상 밖이다. 사랑, 희망, 저항 같은 서사의 축들이 끝내 구원을 이루지 못한 채 현실에 꺾인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만든다.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어쩌면 현실을 더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짜 반전은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끝내 일어나지 않는 사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시구로는 보여준다.

 

스티븐 킹 역시 이런 기술의 대가다. 『미저리』는 인기 작가가 열성 팬에게 납치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감금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감정의 권력 관계가 뒤바뀌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킹은 독자가 ‘이제 좀 안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새로운 위협, 새로운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배신한다. 독자가 ‘이럴 리 없어’라고 말하게 만들수록, 이야기는 더 깊이 각인된다. 킹의 작품이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이유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형’을 깨뜨릴 용기가 필요하다. 스토리에는 수많은 공식이 존재한다. 삼막 구조, 영웅의 여정, 러브라인의 전형 같은 구조물들. 하지만 진짜 명작은 그 공식을 모른 채 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익힌 후 일부러 벗어난다. 그래서 반전은 단순한 우연이나 무리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선 안 된다. 모든 놀라움은 필연의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설마 그럴 줄은 몰랐다"는 독자의 반응은 작가가 정교하게 짜놓은 미로에서만 발생한다. 억지 반전은 독자를 실망시키지만, 치밀한 예측 불가능성은 독자의 지적 쾌감을 자극한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단지 이야기의 흥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복잡성과 인간의 다층적인 감정을 반영한다. 세상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사랑이 늘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착한 사람이 항상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소설은 이 모순된 현실을 닮아야 한다. 독자가 스토리에 몰입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현실보다 더 진실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측을 뒤엎는 서사는 때때로 현실의 진실을 더 가까이 데려온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라면, 이 기술을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는, 단지 놀라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되게 만든다. 그 배신의 순간에 독자는 감동하고, 충격받고,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된다. 예측 가능성의 함정을 벗어나, 의외성의 미학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대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본질이며, 독자를 사로잡는 진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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