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어떤 이는 책을 마음에서 밀어내버린 채 살아갑니다. 그의 하루는 책을 펼칠 여백 없이 짜여지고, 생각의 방향은 늘 분주함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책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손은 일상의 끈을 더 단단히 쥐고, 그 손길에서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힘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들에게 책이란 마치 멀리 있는 신화처럼, 막연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책은 한쪽으로 밀려나 있고, 그 밀려난 자리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무관심으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이 조용한 틈새로 어쩌다 한 권의 수필집이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수필은 마치 인생의 작은 창문을 열어주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그 창문을 통해 그들은 한참 잊고 지냈던 삶의 부드러운 빛을 맞이하게 됩니다. 거창하지도, 어려운 말로 비틀어짐도 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한 문장 한 문장 스며들며 가슴을 두드립니다. 그것은 거대한 계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눈감고 있었던 내면의 진실을 조용히 불러냅니다.
수필은 거울처럼 단순히 읽는 사람의 현재 모습을 비추는 것이 아닙니다. 그 수필 안에는 묻어둔 질문들이 꿈틀대며 새로운 대화를 모색케 합니다. 이 대화 속에서 당신은 마음 깊숙이 잠재된 어떤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세상 밖에서 찾을 수 없던 힘입니다. 바로 자신 안에 있었던 가능성, 그동안 스스로 잊어버렸던 잠재력입니다. 이 가능성은 빛나거나 요란하지도 않지만, 한 번 깨어나면 강한 목소리로 자신을 알아보라고 말합니다.
책과 아득히 멀어졌던 당신 손은 어느새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펜을 들어 무언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수필 속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그저 타인의 경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와 가슴을 울립니다. 수필 속에서 솟아오르는 영감은 현실을 관통하며 삶을 다시 조형(造形)합니다. 변화는 마치 오래된 구두 굽이 서서히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일어납니다.
결국, 그 손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이 어색하고, 그다음 문장은 더디게 나아가지만, 수필이 보여준 길은 이미 충분히 명확합니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을 걷듯이 삐걱대겠지만, 그 길은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수필 속에서 마주한 그 짧은 순간들이 삶을 서서히 새롭게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필집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성 습득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과 그리고 세상과 조화로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길입니다. 수필집을 가까이하면 그렇게 삶은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벗겨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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