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수필집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한 마리 새와도 같습니다. 그 날갯짓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세상을 나는 듯한 자유를 선사하며, 그 궤적은 예측할 수 없는 하늘의 궤도처럼 마음의 중심을 흔듭니다. 차가운 종이조차 온기가 느껴지게 하는 당신의 문장들은 각기 다른 계절을 담은 색채로 가슴을 채색합니다.
수필 한 편 한 편은 얇고 여린 종이에서 꿈틀거리지만, 그 글들은 깊은 뿌리를 뻗은 채 생각의 숲에서 고요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숲에는 햇살이 없어도 오히려 더 선명히 빛나는 감정의 잎사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신의 문장들은 시간이 지나도 시들지 않는, 단단하게 무장한 기억의 나무로 자라나며, 그 나무는 결코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수필집의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은밀한 문장들이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그 문장은 처음에는 무논의 잔물결 같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세찬 바람이 되어 정신의 바다를 넘나들며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합니다. 그 물결 속에는 숱한 빛의 파편들이 숨겨 있습니다. 언뜻 보면 투명하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수많은 층위의 의미가 녹아들어 있는 글들입니다.
당신의 문장은 때로는 차가운 유리 같은 날카로움으로 진실을 마주하게 하였고, 때로는 은빛 거울처럼 내면을 투영시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그림자를 비춰줍니다. 거울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교차하고, 그 속에서 끝없는 질문들이 뱅글뱅글 돌며 대답을 찾지 못해도, 그 자체로 충만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대답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질문들이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 삶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하는 것이 당신 수필집이 가진 진정한 힘이었습니다.
시냇물처럼 가만가만 흐르는 문장들 사이에서 주고받은 대화들은 진주처럼 조심스럽게 다듬어진 채 빛났습니다. 그 진주들이 빚어내는 빛은 날카로운 빛이 아니라 부드러운 파동처럼 퍼져나가 마음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합니다. 어떤 진주는 슬픔의 빛깔을 띠었고, 어떤 진주는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 모든 진주는 각자의 소리로 속삭이듯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전해집니다.
당신의 수필집은 단순히 글 모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혼의 공명을 이끌어내는 악기와도 같습니다. 각 문장은 마치 현을 튕겨낸 듯 나에게 울림을 주고, 그 울림은 연이어 새로운 공명을 만들어내어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수필은 한정된 공간 속에 갇히지 않고, 수필을 읽는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며, 계속해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수필집 속에서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제시해줍니다. 그 길은 때로는 험난하고, 때로는 평온하지만 항상 낯설지 않은 길입니다. 길을 따라가며 마주한 풍경들은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졌고, 그 안에서 보이지 않던 세상의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듯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길 끝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수필집은 마음속에 놓인 하나의 지도가 아니라, 그 마음의 경계를 넓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세계로 인도하는 나침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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