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설게 하기’ 기법: 비유의 전복, 감각의 경계를 넘다
문학에서 수필이 단순한 감상의 기록이나 사소한 일상의 서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독자에게 새로운 인식을 촉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핵심은 바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기법에 있다. 이는 러시아 형식주의자 빅토르 쉬클로프스키(Viktor Shklovsky)가 제시한 개념으로, 일상적이고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자동화된 인식 과정을 깨뜨리고 감각을 다시 되살리는 전략이다. 수필에 이 기법이 적용될 때, 독자는 글 속에서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을 ‘처음처럼’ 보게 된다.
🌪 비유의 전복, 익숙한 감정의 재배열
낯설게 하기는 단순히 새롭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언어적 질서를 의도적으로 교란시켜 독자의 사고를 흔들어놓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비유의 전복’은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비유는 오랜 시간 반복되면서 감각의 마모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달은 흔히 ‘차가운 연인’이나 ‘고요한 감정’의 상징으로 반복되었다. 하지만 이 상징이 오히려 감정의 무감각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서 ‘달은 뜨거운 시선’이라는 전복된 비유는 독자의 인식을 다시 환기시킨다. 감각적으로는 모순되고, 정서적으로는 당황스러우며, 의미적으로는 열린 해석의 공간을 제공하는 이 표현은 독자가 달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된 이미지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축하도록 자극한다.
비유의 전복은 단지 표현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언어와 현실의 관계를 다시 구성하는 창조 행위다. 수필은 일상의 언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전복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일상에서 흔히 지나쳤던 사물이나 감정을 낯설게 조명하면, 그 대상은 새롭게 살아나고, 글은 더 이상 익숙한 ‘보고서’가 아닌, 살아 있는 ‘문학’으로 변모하게 된다.
🔍 낯설게 하기와 수필의 문학적 지평 확대
수필은 현실과 개인의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자칫하면 진부함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낯설게 하기’ 기법은 그 진부함의 틈새를 비틀어 문학적 깊이를 형성한다. 그것은 단순한 문장 기교가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는 태도의 전환이기도 하다. 독자가 현실을 마주하는 방식은 언어에 의해 규정되며, 그 언어가 낡았을 때 세계는 흐릿해진다. 수필가가 사용하는 비유의 전복은 바로 그 흐릿함을 걷어내고, 감각의 촉수를 예민하게 되살리는 예술적 행위다.
‘햇살이 검다’, ‘바람이 무겁다’, ‘침묵이 소리를 먹는다’는 식의 전복된 표현은, 일상적 언어에서 벗어나 낯선 시각을 독자에게 부여한다. 이러한 언어적 실험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사물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수필에서 낯설게 하기 기법은 독자로 하여금 읽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인식 여정이 되게 한다. 즉, 수필은 세계를 다시 읽고, 다시 느끼고, 다시 사유하게 하는 문학의 가능성을 품는다.
🌌 문장 하나로 세계를 뒤흔드는 힘
비유의 전복은 ‘말을 달리함’이 아닌, ‘세계를 다르게 보기’이다. 수필에서 이 기법이 성공적으로 구현될 때, 독자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긴장 속에서 새로운 시선과 정서를 획득하게 된다. 문장이 익숙한 관념의 흐름을 거스르고, 감각의 경계를 넘을 때, 수필은 더 이상 기록이 아니라 창조가 된다.
낯설게 하기, 그 중에서도 비유의 전복은 수필을 문학으로 고양시키는 중요한 계기다. 그것은 언어의 경직을 풀어내고, 세계를 감각적으로 되찾는 예술적 혁신이며, 수필을 살아 있는 사유의 형식으로 확장시키는 열쇠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필의 문학성을 고민하는 이라면, 낯설게 하기를 단순한 수사 기법이 아닌, 존재 인식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 수필은, 비유 하나로 세계를 뒤흔드는 문학이 될 수 있다.
[예시]
🔸 예시 1: 전형적인 비유 → 전복된 비유
익숙한 비유: “달은 차가운 연인처럼 창밖에 걸려 있다.”
전복된 비유: “달은 창밖에서 숨을 헐떡이며 나를 응시한다.”
→ ‘차갑다’는 감정 대신, ‘숨을 헐떡인다’는 생동하는 감각으로 바꾸면서 달의 이미지가 낯설게 느껴지게 됩니다.
🔸 예시 2: 평범한 묘사 → 감각의 재구성
평범한 묘사: “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친다.”
전복된 묘사: “바람이 얼굴을 물고 지나간다.”
→ ‘스친다’는 감각 대신 ‘문다’라는 낯선 동작을 부여해, 바람의 존재감을 재구성합니다.
🔸 예시 3: 감정 표현의 전복
일반적 표현: “외로움은 쓸쓸한 밤과 같다.”
전복된 표현: “외로움은 몸 안에서 천천히 얼어붙는 물이다.”
→ 외로움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물’이라는 이미지로 치환하면서 감정의 물성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단지 새롭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의 감각을 깨우고,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과 사물을 다시 보게 만드는 문학적 효과를 발휘합니다. 낯설게 하기 기법은 이처럼 사물을 다르게 말함으로써,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글쓰기의 방식입니다.
감성 충만한 노래로 홍보하는 해드림 수필집
https://blog.naver.com/hd-books/223837252887
'★★수필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 작법…행복한 수필 쓰기, 내면의 언어화 훈련하기 (0) | 2025.04.18 |
---|---|
수필 쓰기에서 낯설게 하기 21, 관습적 언어에 질문 던지기 (0) | 2025.04.18 |
📖 수필 작법…행복한 수필 쓰기, 여백의 미 살리기 (0) | 2025.04.16 |
문학성이 없으면 수필이 아니다…낯설게 하기 19, 감정을 구체적 이미지로 바꾸기 (0) | 2025.04.16 |
행복한 수필 쓰기, 문학성이 없으면 수필이 아니다…감각적 묘사로 현실을 재현하기 (0) | 2025.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