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에서 낯설게 하기 30, 반복의 미학 활용

 

🎭 감각 확장과 낯선 감정 만들기의 기술

수필이 문학으로서의 깊이를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하나의 문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익숙함을 해체하는 것이다. 삶은 반복의 연속이지만, 그 반복은 때때로 감각을 무디게 하고 감정을 퇴색시킨다. 이러한 퇴색된 일상의 감각을 되살리고, 익숙한 경험에 새로운 인식을 부여하는 것이 문학적 수필이 지향해야 할 핵심 중 하나이다. 이때 중심이 되는 기법이 바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주창한 이 개념은 일상의 사물이나 감정을 낯선 언어로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수필에서 이 기법은 감각을 확장하고 정서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 반복의 미학은 ‘감정의 확대경’이 된다

‘낯설게 하기’의 효과적인 구현 방식 중 하나는 바로 ‘반복’이다. 반복은 단순한 내용의 중복이 아니라, 정서의 진폭을 증폭시키고, 의미를 재구성하며, 감각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동일한 단어나 문장을 반복함으로써 그 표현이 갖는 감정의 밀도를 서서히 강화시키고, 독자에게는 일정한 리듬을 통해 감정의 심층부로 유도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반복은 일정한 간격으로 감정을 두드리는 망치와 같아, 이질적 감정을 부단히 호출하고, 감각의 초점을 정제해낸다.

예를 들어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와 같은 구절이 반복될 경우, 그 언어의 리듬은 독자의 내면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가로지르며 감정의 결을 흔든다. 단어의 반복은 마치 잔잔한 수면 위로 같은 파동이 여러 번 번지는 것과 같아, 각 파동마다 새로운 의미와 정서의 진폭을 생성한다. 이처럼 반복은 감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언어가 지닌 익숙함을 낯선 리듬으로 바꾸며 ‘감정의 낯설게 하기’를 가능하게 만든다.

 

🌫 감각 확장으로 가는 문: 익숙함을 이탈하는 언어의 설계

감각의 확장은 단순히 감각 기관의 자극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감각의 ‘구조’를 재조정하는 문학적 행위이다. 반복은 이 구조를 뒤흔들고 확장하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강력한 전략이다. 감각의 자동화는 일상적 언어 속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추억’, ‘외로움’, ‘기다림’ 같은 단어는 이미 과도하게 사용되었기에 독자의 내면에서 즉각적인 감응을 일으키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반복은 그러한 자동화를 중단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면서 문맥을 조금씩 변형하거나, 문장 구조를 약간씩 비틀어 주면, 독자는 익숙한 단어에서 새로운 뉘앙스를 감지하게 된다.

즉, 반복은 감각을 낯설게 만드는 동시에 그것을 다시 구성하게 만든다. 이는 감정의 감도를 높이고, 단어가 갖는 상징성과 이미지적 깊이를 복원한다. 단순히 되풀이되는 구절이 아니라, 감정의 음영을 변화시키며 감각을 재배치하는 장치로서 반복은 수필의 문학적 정수를 형성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한다.

 

🎨 수필에서의 ‘낯설게 하기’는 감정의 추상화를 통해 감각의 구체화를 이끈다

수필에서 ‘낯설게 하기’는 때때로 감정을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추상화의 방식으로도 기능한다. 반복이라는 기법이 그 추상화의 리듬을 제공한다면, 언어는 감각의 조형 도구로 변모하게 된다. 독자는 반복되는 문장을 마주하면서, 그것이 말하는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탐색하게 되고, 결국 그 감정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은 감정의 낯설게 하기, 다시 말해 감정에 내재된 무게와 방향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하며, 수필을 단순한 개인의 기록에서 문학적 감성의 지평으로 확장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내면적 사유와 정서의 미묘한 진동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수필에서 더욱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반복은 단어의 표면 너머에 감춰진 의미를 추출해내는 작업이고, 그로 인해 독자는 더 깊은 감각의 체험에 도달하게 된다.

 

📚 수필은 익숙함을 통과해 낯설게 도달하는 감정의 예술입니다

수필의 문학성은 단순한 진술의 나열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감정을 조율하고 감각을 전복시키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낯설게 하기’는 그 중심에 있는 기법이며, 반복은 그 실행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이다. 익숙한 단어를 낯선 방식으로 조율하고, 감정의 층위를 반복으로 인장함으로써, 수필은 독자에게 감각의 재구성을 유도한다. 결국, 수필은 감정을 낯설게 하고, 감각을 새롭게 느끼게 하며, 그로 인해 삶의 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문학이 된다.

🔁 반복으로 감정을 낯설게 만든 예시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이 구절이 시의 각 연에서 반복될 때, 단순한 상황의 진술이 아니라 내면의 정서가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막연한 허전함을, 두 번째에는 기다림의 습관화된 마음을, 세 번째에는 준비된 인사말의 허망함을, 마지막에는 그 모든 감정을 품은 채 돌아서는 ‘초라한 망설임’을 불러옵니다.

이처럼 같은 문장을 반복하면서도 맥락을 조금씩 달리하는 방식은, 감정의 결을 바꾸고 독자가 각 반복에서 새로운 정서를 포착하게 만듭니다. 이는 감정의 ‘자동화된 이해’를 멈추고, 새롭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낯설게 하기의 대표적 효과입니다.

 

🌫 감각 확장의 예시

“삐그덕 문소리에 /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 표현은 단순한 청각적 경험(문소리)을 신체적 감각(가슴이 내려앉음) 으로 연결하여, 감정이 신체 반응으로 확장되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문소리를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러오는 심리적 충격과 기대의 붕괴를 감각적으로 낯설게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수필이나 시에서 같은 문장, 구절, 리듬이 반복되면서도 조금씩 새로운 감정을 유도할 때, 독자는 익숙했던 문장 속에서 뜻밖의 감정적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반복과 낯설게 하기가 결합되어 문학성을 발휘하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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