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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와인생/스토리텔링

타로 스토리텔링, 메이저 아르카나 1번 마법사(The Magician)와 달리의 ‘기억의 지속

by 해들임 2024. 11. 13.

마법사는 무한대의 상징을 머리 위에 이고 있으며, 그의 앞에는 다양한 도구들이 늘어져 있다. 그는 의식의 한계를 넘어서 만물을 다룰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다. 그의 손짓 하나로 물질은 변형되고, 에너지는 형상화된다. 그리고 그가 다룰 수 있는 모든 것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나뉘어 무궁무진한 창조의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히 현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법사는 시간의 흐름과 인식의 경계를 넘어선 공간에 존재한다. 달리의 그림 속에서 녹아내리는 시계들은 바로 그가 시간의 속박을 초월한 위치에 서 있음을 암시한다.

 

달리의 '기억의 지속'에서 마법사는 녹아내리는 시계를 손에 쥐고 있으며,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그 흐름을 느긋하게 바라본다. 시계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도구이지만, 마법사에게는 그저 변형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가 다루는 시계는 녹아내리며 형태를 잃고, 시간의 실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마법사는 이 시계를 통해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인식의 상태로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다. 그가 창조하는 시간과 공간의 혼란은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며, 관찰자는 그의 마법 아래에서 영원한 순간과 지속되는 기억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기억의 지속’의 초현실적 배경은 황량한 사막처럼 보이며, 이는 기억과 현실이 희미해지고 모든 것이 일시적으로 변형되는 마법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마법사는 이 공간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시공간의 교차점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마법사의 손길 하나로 고정된 과거의 기억들은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새로운 형태를 얻게 된다. 시간은 더 이상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며, 기억의 조각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끊임없이 재창조된다.

 

마법사는 자신의 도구들을 사용해 현실과 기억 사이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이 서사는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그리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하나의 새로운 차원이다. 시계의 고정된 틀을 초월한 마법사의 능력은 그가 현실 속에서는 다룰 수 없는 것들—인간의 무의식적 열망과 억압된 감정, 그리고 끝없는 가능성—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마법사가 가진 창조적 에너지가 어떻게 인간의 기억과 상상력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달리의 '기억의 지속'과 마법사의 교차점은 바로 이러한 초현실적 순간에서, 인간이 스스로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