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의 명물, 해드림출판사 홍보실
홍보실이 생긴 이후 아침이 바빠졌다. 아침 6시 경 홍보실로 나와 가게 앞을 쓸고, 홍보실 청소를 하고, 잠시라도 책을 펼쳐보며 구경할 수 있도록 신간들을 내놓는다.
사무실과 홍보실은 5분 거리, 자전거를 타면 2분이면 온다.
워커홀릭 환자처럼 거의 온종일 사무실 책상 앞에 사로잡혀 있던 내게,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거대한 건물을 빠져나와 코앞에서 사람들이 스치고, 차량들이 스치는 모습이며 소음과 함께하는 시간이 생겼다.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 소리가 나를 생동감 있게 할 줄은 몰랐다.
홍보실 앞에다 신호등 기다리며 뙤약볕도 피하고 책도 구경하라고 빨간 파라솔을 펴놨더니 잠든 아이를 안은 아빠가 잠시 그늘로 들어왔다. 비록 책을 뒤로한 채 서 있었지만, 파라솔 그늘에서 연인들이 나란히 서 있다가 떠나는 모습도 흐뭇하다.
홍보실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을 때, 우리 문래동에 이런 가게가 생겨 참 좋다는 말도 들었다. 사위가 철 공작 공장이라 그 삭막함을 조금은 희석시킨 것일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을 때면 기분이 묘하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사람들 시선을 얼마나 뺏어올지 모르겠지만 철공마을 문래동의 작은 명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러 개의 트위터에서 우리 책 소개 글이 1년 365일(쉬는 날에도) 매 시간마다 자동으로 올라가듯이, 간판 자리에 달아둔 LED 전광판에서는 24시간 주요한 책 홍보 카피가 흐른다.
홍보실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아직은 그럴듯한 기획이 안 떠오른다. 그저 단순히 진열하기 바쁘다. 여기서 머무는 시간이 좀 쌓이면, 스테디셀러 감 책이라도 잘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홍보실 앞에 책 홍보 동영상을 틀어둘 수 있는 광고용 모니터(DID) 장만인데 시간이 좀 필요할 듯하다. 머잖아 구매하고 말겠지만---.
애옥살이 출판사 살림으로 홍보실을 만든다며 빚을 더 불렸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투자하라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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