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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해꿈-해들임

해드림출판사, 순천지사 공식 오픈하다

by 해들임 2023. 8. 14.

올여름은 3폭 여름이었다. 폭염, 폭우, 폭풍…. 이리하여 폭삭 늙은 기분이다. 여태 코로나 한 번 안 걸렸는데, 감기조차 겹쳤다. 끝내 유난스러웠던 여름이 끝나간다. 시골집이 거느린 취밭 위로 잠자리들이 떼 지어 유영한다. 땡볕도 수그러들었다. 휴가가 시작되면서 생활 리듬이 흐트러졌다. 적당한 긴장감 있는 일상이, 건강한 삶을 유지케 한다는 평소 내 지론이 확인되는 올여름이기도 하였다.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공기를 마시며 아침마다 땀 흘려 달리던 일도 멈추었다.

손주들이 다녀간 다음, 동생네가 찾아왔다. 온종일 있어도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던 시골집이 매일 왁자지껄하였다. 어머니도 나도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마음껏 즐겼다. 동생네마저 떠나면 처마 끝 풍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것이다.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일하기 훨씬 전부터, 순천 시내에다 사무실을 하나 마련하려고 했었다. 몇 군데 알아보기는 하였지만 적당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임대료가 벅찼다. 그러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노모를 보살피며 일해야겠다는 계획은 여전히 계획으로만 남아 있었다.

작년 1월경, 순천시에서 근무하다 퇴임한 후배(김광현 시인)가 행정사 사무실을 열었다. 행정사 사무실 이름은 해드림출판사 이름을 따 해드림으로 하였다. 해드림행정사 간판에는 해드림출판사 순천지사라는 이름도 붙였다. 후배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름만 붙였을 뿐 내가 출근한 적은 없었다.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일한 지 석 달쯤 되었다. 시골로 내려오면, 어머니의 매끼 식사를 챙기며 집에서 일을 하였다. 고요한 시간 가운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새소리도 들으며 일하는 것은 좋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하는 데 집중력이 떨어졌다. 긴장감이 덜한 탓인지도 모른다. 도심 빌딩 사무실은 구심력으로, 시골 속 자연은 원심력으로 인간을 지배하는지도 모른다.

궁리 끝에 순천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기로 하고, 어제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들였다. 해드림출판사 순천지사가 정식 오픈한 셈이다. 다행히 노모는 내가 처음 내려왔을 때보다 건강이 좀 나아지셨다. 내가 아침과 저녁만 챙겨드리면, 점심 한 끼 정도는 노모 혼자 챙겨 드셔도 되지 싶었다. 마침 순천 사무실 인근에는 제법 큰 마트가 있어서, 퇴근 때 장을 봐올 수가 있다. 이제 노모는 퇴근하는 아들을 기다리실 것이다. 나는 아들을 기다리는 노모의 모습도 매일 보게 될 것이다.

시골에서 순천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면, 여느 때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상황이다. 이른 아침 일어나 마을 앞 해안로를 달리고 돌아오면, 부지런히 어머니 아침상을 차려야 한다. 설거지를 끝낸 후 점심때 드실 식사거리도 적당히 준비해두어야 하는데, 매뉴얼이 없으니 걱정이긴 하다. 마을 앞에서 버스를 타면 20분쯤이면 순천 사무실 도착이다. 사무실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다. 순천 오일장이 서는 날이 아니라면, 발 디딜 틈도 없는 서울의 출퇴근길 하고는 거리가 멀다.

서울과 시골의 이중생활이 아직은 불안정하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난 내게, 고향은 얼른 곁을 내주기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머잖아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삶이 자연스럽게 착지하리라 생각한다.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노모 곁을 지키는 일과 해드림출판사 순천지사 출근, 이것이 내 인생의 2막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나는 갈 길이 멀다. 기왕 오픈한 순천지사, 여기도 최선을 다해 해드림출판사의 자부심이 되었으면 한다.

잠시 흐트러진 마음을 곧추세운다. 앞만 보고 달릴 때까지 달리자. 지금까지 살아온 숨 막힌 환경은 발아래 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