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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103

여류 수필가들의 섬세한 표현력 1 …점심을 먹는 식당 안이 술렁거렸다. 새벽녘, 인근의 호수 위로 사체가 떠 올랐다는 것이다. 대학원까지 마친 한국 남자가 생을 마감한 곳에서 나는 뜨거운 국물에 밥을 먹었다. 고향의 연못 위에 뜬 부레옥잠을 생각하며 모래알처럼 깔끄러운 밥알을 씹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동구 밖에서 먼 친척의 부음을 듣는 기분이었다. 얼마 전에는 ‘빅베어’ 숲속으로 고사리를 뜯으러 간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살진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숲속을 고향 뒷산쯤으로 착각하신 모양이다.수색대가 며칠을 뒤져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환타지 영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법의 숲처럼 느껴졌다.나는 달팽이처럼 촉수를 세우고 이곳의 지리와 냄새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가지를 돌아보았다. 울창.. 2024. 10. 5.
세 문단 짧은 수필 쓰기, 한잎 수필…휴먼 다큐 방송 촬영 첫날 아침 일찍 동생 부부가 서울로 떠났다. 어머니와 나는 연휴 동안 어지럽혀진 집 안을 정리하느라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집 안의 어수선한 기운을 쓸어내듯 방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을 치웠다. 어머니가 부엌이며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마당 가 지하수 수도를 틀어 토방을 깨끗이 씻어냈다. 두 손을 쉴 틈 없이 놀리면서도, 머릿속엔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방송국 휴먼 다큐 촬영이 어지럽게 떠돌았다. 어제저녁 메인 작가가 오늘 오후 2시까지 도착하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오늘은 아마 앞으로 일주일 동안 촬영할 레이아웃을 잡을 듯하다.나는 사실 동적인 미학보다는 정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편이다. 반면 방송은 아무래도 동적인 미학을 앞세우는 듯하다. 애초 나는, 60대 중반 아들이 92.. 2024. 9. 19.
세 문단 짧은 수필 쓰기, 한잎 수필…무제 살갗을 태울 듯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흘레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으련만, 바람은 감질나게 속삭일 뿐이다. 올여름 줄기차게 내리쬐는 햇볕은 자주 습기가 들어찬 나의 내면을 뽀송뽀송하게 하였다. 추위와 햇볕의 부재로 우울한 날이 잦은 겨울이 되면 올여름의 이 햇볕이 그리울 것이다.땡볕이 한풀 꺾인 밤이면 풀벌레 소리가 어두운 허공을 굴러다닌다. 손을 휘저으면 잡힐 듯한 소리들이다. 고향 마을 앞 개펄 바다의 윤슬이 소리를 낸다면 이들 풀벌레 소리와 같을지 모른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방울을 흔들며 버선발로 허공을 뛰어오르던 도봉산 어느 처녀 무속인이 떠오르기도 한다.추석 연휴가 깔딱고개를 넘고 있다. 동생 부부가 상경하는 내일이면 다시 어머니와 나만 남게 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 2024. 9. 19.
세 문단 짧은 수필 쓰기, 한잎 수필…승용차가 없는 이유 명절이 되면 끈히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이 두 사람을 잊은 채 명절을 지내본 적은 없다. 여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두 사람의 빈자리는 항상 푹 꺼진 듯한 명절을 우리에게 안긴다. 동생 부부가 못 올 때는 늙은 어머니와 내가 적요한 명절을 맞는다. 다행히 올 추석에는 동생 부부가 내려왔다. 젊은 오랜 기간 매달렸던 사법시험 공부는, 직장을 갖거나 가정을 꾸릴 기회조차 앗아갔다.나는 승용차가 없다.어디를 가든 대중교통 이용이 익숙하지만, 승용차가 없으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러 있다. 시골집에서 생활할 때 어머니를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며 함께 여행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제일 크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보성군 율포 녹차해수탕도 동생이 아니면 동행하지 못한다. 승용차가 있으면 수시로 다녀.. 2024. 9. 19.
세 문단 짧은 수필 쓰기, 한잎 수필…극단적 생각 다시 어머니가 있는 시골로 내려왔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번에는 서울에서 머물렀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맞이하는 시골 정취가 신선한 기운을 더한다. 새벽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신비감을 쏟아내면서, 동쪽 하늘과 북쪽 하늘을 숱하게 채운 채 새벽 5시까지 떠날 줄을 몰랐다. 무수한 별들의 속삭임이 풀벌레 소리로 들리는 게 아닌가 싶다. 밤새 어둠을 울리는 풀벌레 소리를 떠날 수가 없어 잔디 깔린 마당을 한참 서성거린다. 서울 일터에서 우후죽순 솟았던 마음의 상처들을 씻어내는 시간이다.어김없이 수탉들이 여명을 불러들인다. 마을 여기저기서 수탉들의 울음이 허공으로 솟았다가 긴 꼬리가 달린 유성처럼 떨어진다. 별들이 서둘러 떠나고 풀벌레 소리도 잦아든다. 새들이 깨어나면 서정의 시골 아침이 시작된다. 새벽부.. 2024. 9. 15.
세 문단 짧은 수필 쓰기, 한잎 수필 4 자존심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서 나오는 강한 원동력, 인간 존재의 중심을 관통하는 깊고 묵직한 힘입니다. 자만이나 고집처럼 타인과 비교에서 비롯된 허접한 감정과는 달리, 자존심은 자신에게 깊은 존중과 가치를 부여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종종 이 자존심을 통해 인생의 난관을 이겨내고, 때로는 무너질 뻔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를 애써 들으며 자신을 지탱해가는 힘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고유한 존재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한 무언의 선언이며,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내적 자산입니다.삶은 때때로 가혹하고 불공평하며, 재정적 어려움은 자존심을 가장 먼저 시험하는 무기입니다. 하지만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에게는 강인한 정신이 필요합니다. 매.. 2024. 9. 13.
문학적 장치를 한 수필 쓰기…낯설게 하기 예시 11 수필이 단순한 생각의 나열로 끝나지 않고 문학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 주제의 깊이는 삶의 본질을 꿰뚫어야 하고, 보편성은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낯설게하기 기법을 통해 익숙한 것조차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서정적인 표현은 글에 따뜻한 감성을 더한다. 독창성은 글을 특별하게 만들고, 구조적 완성도는 내용의 흐름을 탄탄하게 유지시킨다. 문체와 어휘의 세련미는 수필의 격을 높이며, 무엇보다 진정성은 독자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들이 어우러질 때, 수필은 단순한 글을 넘어서는 예술이 된다. 낯설게 하기는 일상적이고 익숙한 사물이나 현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문학적 기법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 자주 마주.. 2024. 9. 12.
집념의 수필 쓰기, 수필집 베스트셀러는 무모한 꿈일까? 3 삶은 종종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늘 변화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문턱에 선 사람들은 가끔 어떤 한 순간, 한 권의 책과 같은 작은 계기를 통해 새로운 삶의 지평을 맞이합니다. 그런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수필집입니다. 수필은 다른 문학 장르와 달리, 독자의 삶에 부드럽게 스며들며 거친 현실의 틈새를 메우는 힘을 지닙니다. 수필집을 집어든 그 순간, 독자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책과 멀리 지내던 사람들이 책을 외면하는 이유는 단순히 독서의 가치를 몰라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피곤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을 여유를 찾지 못하는 것일 뿐, 그 습관은 굳어진 것이 아닙니다. 단지 오랜 시간 동안 먼지 속에 묻혀 있을 뿐입니다. 마치 오.. 2024. 9. 11.
임병식 수필가, 당신의 수필집에게 감사합니다 7 당신의 수필집을 펼쳐 들 때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이 느껴집니다. 그 속에는 시간의 강을 건너는 듯한 이야기들이 흐르고, 글 한 자 한 자가 물결을 이루어 다가옵니다. 이 수필집은 마치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처럼 자연스레 흘러가면서도, 그 안에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수필집 속의 문장들은 시간과 함께 숙성된 와인처럼, 오랜 기다림 끝의 풍부한 향과 깊이를 품고 있습니다. 문장의 배치는 정교한 연주자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과도 같습니다. 각각의 문장은 고요하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며, 이어지는 문장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이야기의 흐름을 한층 고양시킵니다. 이 수필집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교향곡처럼 다채로운 음색과 리듬을 갖추고 있어, 그 안에 담.. 2024. 9. 11.
문학적 장치를 한 수필 쓰기 방법론 9가지 수필이 문학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감성과 사색, 언어의 세련미, 그리고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합니다. 수필은 작가의 진솔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징과 비유를 통한 표현의 깊이, 문체의 정교함, 그리고 서정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는 낯설게 하기가 글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결국, 수필의 문학성은 작가의 독창성 속에서 형성된 구조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독자와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수필이 문학성을 갖추기 위해 아래 모든 요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필은 자유로운 형식과 개인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장르이므로, 각 수필의 목적과 주제, 작가.. 2024. 9. 10.
수필 쓰기, 수필집을 외면하는 나의 지인들에게 2 수필집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책입니다. 하루하루 숨 막히게 살아가는 이들조차, 수필집을 펼치는 순간 그 고요한 힘이 시간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한 권의 수필집을 만나는 일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잊고 지냈던 길가의 작은 기적들을 다시 보게 합니다. 어디든 채이는 일상에서도 우리는 종종 인생의 진리를 마주합니다. 책을 멀리하던 이들이 수필집을 마주할 때, 이 무심한 세월의 결이 뜻밖의 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책은 먼 세상의 존재가 아니었음을,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의 이야기임을 깨닫는 순간, 책장을 넘기는 손길의 무게가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무심코 덮어두었던 마음의 문이 슬며시 열리며, 마치 오래된 상자 속에서 꺼내 든 빛바랜 사진처럼, 잊고 지냈던 삶의 조각들이 하나둘 선.. 2024. 9. 10.
멋진 수필가, 당신의 수필집에게 감사합니다 6 삶의 여정을 따라 펼쳐진 지도를 바라봅니다. 그 지도는 평범한 종이가 아닙니다. 언뜻 보기에는 얇고 고요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는 다채로운 길들이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그 길 위에는 숱한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오래된 기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도 그 흔적들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지도는 그저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도구가 아니라, 그 길을 걸어가며 마주한 경험과 통찰이 조용히 기록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당신의 수필집은 그 도서관의 한 페이지를 넘기듯, 한 문장 한 문장이 삶의 오솔길을 따라 걷는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줍니다. 어떤 길은 부드럽고 편안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가볍게 지나가며 놓치기 쉬운 길이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길은 험난해 보이지만.. 2024.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