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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

수필 쓰기, 수필집을 외면하는 나의 지인들에게 2

by 해들임 2024. 9. 10.

수필집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책입니다. 하루하루 숨 막히게 살아가는 이들조차, 수필집을 펼치는 순간 그 고요한 힘이 시간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합니다. 한 권의 수필집을 만나는 일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잊고 지냈던 길가의 작은 기적들을 다시 보게 합니다. 어디든 채이는 일상에서도 우리는 종종 인생의 진리를 마주합니다.

 

책을 멀리하던 이들이 수필집을 마주할 때, 이 무심한 세월의 결이 뜻밖의 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책은 먼 세상의 존재가 아니었음을,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의 이야기임을 깨닫는 순간, 책장을 넘기는 손길의 무게가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무심코 덮어두었던 마음의 문이 슬며시 열리며, 마치 오래된 상자 속에서 꺼내 든 빛바랜 사진처럼, 잊고 지냈던 삶의 조각들이 하나둘 선명해집니다.

 

수필은 단순히 글의 모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독자의 삶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문장 사이사이 감춰진 보석 같은 통찰을 전합니다. 독서라는 부담을 느낄 틈도 없이, 바람처럼 가볍게 읽히는 수필 속에서 때론 묵직한 깨달음이 오고, 때론 조용한 미소가 스며듭니다. 책을 오랜 친구처럼 마주하며, 한 줄기 수필이 가져다주는 위로는 때로 무게감 있는 인생의 답보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어느 순간, 읽는 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어납니다. 단단하게 굳었던 생각들이 서서히 풀리며, 자신이 잊고 지냈던 내면의 소중한 가치들이 반짝입니다. 마치 오래된 돌을 닦아내면 그 아래서 숨겨졌던 빛이 드러나듯, 수필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냈을 뿐인데,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게 됩니다.

 

수필집을 가까이 하면 수필을 읽던 손이 펜을 잡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충동이 밀려옵니다. 그 충동은 단순한 욕망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싹트는 작은 싹과 같습니다. 오랜 시간 가라앉아 있던 잠재력이 글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마치는 것입니다. 펜을 드는 이 순간, 삶은 또 한 번 새로워집니다. 수필집 한 권이 불러일으킨 이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마치 오래 묵혀 두었던 기억 속에서 빛을 발하는 보석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새롭게 발견한 소중한 무언가를 품고 살아가는 시작입니다.

 

수필집은 그 자체로 인생의 한 조각이므로 독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합니다. 그 속에는 대단한 교훈도 없고, 압도적인 진리도 없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삶의 조각들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수필을 읽을 때, 독자는 어느새 잊고 있던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힘을 얻게 됩니다.

삶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 수필은 새로운 삶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