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마치 고요한 내면의 독백처럼, 외로움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독자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드는 이 시는,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이라는 구절을 네 번 반복함으로써,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감정이 단순한 외적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깊은 정서 상태임을 강조합니다. 마치 오래된 상처처럼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구체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순간순간에 불쑥 고개를 들곤 합니다. 시인은 이 감정을 포착해, 정적인 장면 속에 무한한 감정의 파동을 담아냅니다.
특히 이 시는 일상의 평범한 공간—찻집, 차 두 잔, 삐걱이는 문소리—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내면의 대화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반응은, 육체는 현실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는 상태를 상징합니다. 차를 두 잔 시켜 놓고 빈 자리를 바라보는 장면은 외로움의 시각화이며, “앞 잔”이라는 표현은 누군가에 대한 존재감을 비워진 형태로 상상하게 합니다. 이처럼 시인은 시각적 이미지와 감정적 울림을 절묘하게 조율하며 독자의 공감을 끌어냅니다.
또한 마지막 연에서 “초라한 망설임으로 찻집의 문을 돌아다본다”는 구절은 시 전체의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립니다. 기다림은 끝났지만, 그 끝은 해소가 아니라 허망함과 여운으로 남습니다. 이 시는 기다림의 대상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욱 슬프고 아름답다는 역설적인 감정을 선사합니다. 작가는 이렇듯 불완전한 감정의 상태—기다리지만 오지 않고, 바라지만 채워지지 않는 감정—을 말이 아닌 여백과 침묵 속에서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반복과 이미지의 절제를 통해 깊은 정서를 유려하게 끌어올리는 작품입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막연한 기다림'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이 시는 단순한 감상의 시를 넘어 공감의 시학을 실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시의 어조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오래된 기다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시가 갖는 치유의 힘이며, 시인의 진심이 독자에게 닿는 순간입니다.
노래 듣기
서글픈 바람
-시: 원태연, 노래: 해드림출판사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그덕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 잔의 차를 시켜 놓고
막연히 앞 잔을 쳐다본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 속 깊이 인사말을 준비하고
그 말을 반복한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서는 발길
초라한 망설임으로
추억만이 남아 있는
그 찻집의 문을 돌아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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