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시종(Page of Cups)
🐟다시 피어나는 설렘 3월, 캠퍼스에는 봄뜻이 스며들었다.낯선 강의실, 처음 접한 과목 이름, 서로를 훔쳐보는 신입생들의 수줍은 미소.수아는 흰 셔츠 위로 회색 가디건을 걸치고 첫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아 옆의 빈자리 하나, 조용한 움직임.검은 머리칼이 이마 가까이 흐르며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이 들어왔다.“안녕, 나는 시윤이라고 해.”짧은 인사, 가벼운 말투, 무심한 듯 건넨 그 한마디가 오래 머물렀다.정리 안 된 서툰 어조, 하지만 숨김없는 기색에는 어떤 진심이 투명하게 깃들어 있었다.며칠 뒤, 도서관 복도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고, 식당에서 나란히 점심을 먹는 일이 생겼다.생각보다 말이 잘 통한 시윤은 때때로 엉뚱한 말을 툭 던졌지만 그게 오히려 재미있었다.대화가 빈번히 오가는 것은 아니어..
2025. 6. 21.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10(Ten of Cups)
🌈완성된 마음, 새로운 꿈 수능이 끝난 첫 주, 수아는 알람을 꺼둔 채 늦잠을 잤다.겨울 햇살이 이불 틈새로 파고들었고, 수아는 부드러운 햇살을 걷어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창밖에는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금실처럼 풀려 있었고, 저만치 골목 어귀에서는 누군가의 새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분주한 계절을 건너온 자리로 비로소 내려앉은 조용하고도 다정한 고요였다.수아는 두꺼운 목도리를 두른 채 집 앞 공원까지 걸었다.걷는 동안 발끝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나무 벤치에서 숨을 고르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민경이었다.“야, 우리 중학교 동창들 다 모이기로 했어. MT 간다는데, 너도 올래?”처음엔 잠시 망설였다.하지만 수아는 곧, 결정이 서는 걸 느꼈다.“응, 나도 갈게.”..
2025. 6. 19.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9(Nine of Cups)
혼자서도 충분히 좋은 날 고3의 봄,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요즘 수아의 일상엔 여유가 가득 차 있었다.아침 6시 30분, 눈을 뜨면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서 피아노 선율이 방 안을 채웠다.커튼 사이로 고요히 스며든 햇살을 받으며 수아는 미소를 얹은 채 일어났다.그날 아침은 다른 날과 조금도 다른 게 없었지만 어쩐지 신선한 기분이었다.출석 체크, 수학 문제 풀이, 도시락 반찬 속 김치의 신맛까지 모든 게 평소와 같았는데, 수아의 마음속 어딘가는 분명하게 다르게 울렸다.점심시간, 수아는 잠깐 노트를 폈다.거기엔 수식도, 정답도 아닌 문장이 적혀 있었다.“요즘, 나는 나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수아는 살짝 웃었다. 누가 보면 이상하게 여길지라도, 요즘 가장 자주 쓰는 말이었..
2025. 6. 19.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7(Seven of Cups)
🌪현실과 환상의 갈림길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어느새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었다.이별의 상처는 검붉은 멍처럼 남아 있었지만 수아는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었다.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며…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분주한 일상을 챙기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단어가 은근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수아를 흔들었다.항상 얼굴에서 하얀빛이 나는 듯한 수아에게사람들은 계속해서 다가왔다.SNS로 매일 아침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학원에서 조용히 수아의 자리를 챙겨주는 친구,수아와 자주 눈을 마주치려 애쓰는 친구,항상 말을 걸고 싶어 쭈뼛거리는 친구,그리고 수년째 곁을 지키던 민재가 불쑥 던진 의미심장한 한마디.“너 웃는 거, 예전보다 훨씬 예뻐졌어.”마치 무슨 고백들처럼 다가왔다.마..
2025.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