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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와인생/-마이너스토리텔링26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기사(Knight of Cups) 🕊마음의 기사, 감정의 초대캠페스 곳곳에서 분분하게 흩날리던 벚꽃이 사라진 4월의 캠퍼스에는 어느새 연둣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가지 끝마다 여린 연둣빛이 솟아올라, 이제 막 피어난 생명의 첫숨처럼 공기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바람이 잎사귀들을 흔들릴 때마다 부드러운 속삭임을 남기며 계절의 변화를 알렸다. 햇살은 나무 사이로 쏟아져 내리며 학생들의 어깨를 조용히 쓰다듬었다.봄의 절정은 아니었지만, 그 풀기 소란한 아름다움은 더욱 가슴을 두드렸다. 꽃이 사라진 자리마다 연두색의 약속이 피어나고, 오래된 벤치 위에도 따뜻한 기억이 하나씩 내려앉고 있었다. 캠퍼스의 작은 연못에는 오리 한 쌍이 춘기를 맞아 는실난실거렸다. 4월의 캠퍼스는 그렇게 새내기들의 첫 계절을 품에 안고 있었다.수아는 요즘 자주 창밖을.. 2025. 6. 21.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시종(Page of Cups) 🐟다시 피어나는 설렘 3월, 캠퍼스에는 봄뜻이 스며들었다.낯선 강의실, 처음 접한 과목 이름, 서로를 훔쳐보는 신입생들의 수줍은 미소.수아는 흰 셔츠 위로 회색 가디건을 걸치고 첫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아 옆의 빈자리 하나, 조용한 움직임.검은 머리칼이 이마 가까이 흐르며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이 들어왔다.“안녕, 나는 시윤이라고 해.”짧은 인사, 가벼운 말투, 무심한 듯 건넨 그 한마디가 오래 머물렀다.정리 안 된 서툰 어조, 하지만 숨김없는 기색에는 어떤 진심이 투명하게 깃들어 있었다.며칠 뒤, 도서관 복도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고, 식당에서 나란히 점심을 먹는 일이 생겼다.생각보다 말이 잘 통한 시윤은 때때로 엉뚱한 말을 툭 던졌지만 그게 오히려 재미있었다.대화가 빈번히 오가는 것은 아니어.. 2025. 6. 21.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10(Ten of Cups) 🌈완성된 마음, 새로운 꿈 수능이 끝난 첫 주, 수아는 알람을 꺼둔 채 늦잠을 잤다.겨울 햇살이 이불 틈새로 파고들었고, 수아는 부드러운 햇살을 걷어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창밖에는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금실처럼 풀려 있었고, 저만치 골목 어귀에서는 누군가의 새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분주한 계절을 건너온 자리로 비로소 내려앉은 조용하고도 다정한 고요였다.수아는 두꺼운 목도리를 두른 채 집 앞 공원까지 걸었다.걷는 동안 발끝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나무 벤치에서 숨을 고르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민경이었다.“야, 우리 중학교 동창들 다 모이기로 했어. MT 간다는데, 너도 올래?”처음엔 잠시 망설였다.하지만 수아는 곧, 결정이 서는 걸 느꼈다.“응, 나도 갈게.”.. 2025. 6. 19.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9(Nine of Cups) 혼자서도 충분히 좋은 날 고3의 봄,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요즘 수아의 일상엔 여유가 가득 차 있었다.아침 6시 30분, 눈을 뜨면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서 피아노 선율이 방 안을 채웠다.커튼 사이로 고요히 스며든 햇살을 받으며 수아는 미소를 얹은 채 일어났다.그날 아침은 다른 날과 조금도 다른 게 없었지만 어쩐지 신선한 기분이었다.출석 체크, 수학 문제 풀이, 도시락 반찬 속 김치의 신맛까지 모든 게 평소와 같았는데, 수아의 마음속 어딘가는 분명하게 다르게 울렸다.점심시간, 수아는 잠깐 노트를 폈다.거기엔 수식도, 정답도 아닌 문장이 적혀 있었다.“요즘, 나는 나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수아는 살짝 웃었다. 누가 보면 이상하게 여길지라도, 요즘 가장 자주 쓰는 말이었.. 2025. 6. 19.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8(Eight of Cups) 긴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 수아는 누군가를 향해 빼꼼히 열려 있던 마음의 문을 조용히 걸어 잠갔다. 더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겠다고. 쉽게 감정이 휩쓸리는 일도, 멈춰 서서 누군가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일도 이제는 그만두겠다고. 사랑은 이미 저 멀리 떠나있었고, 미련과 후회만이 아직도 바람처럼 수아의 곁을 맴돌았다.수아는 알았다. 이젠 미련 없이 등을 돌려야 할 시간이라는 걸.겉으로는 가벼운 듯 보였어도 그동안 품고 있던 것들이 버거웠다.미처 고백하지 못한 감정,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로 휘청이던 자존감,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부풀어 오른 작은 환상들… 그리고 늘 상대의 변화를 기다하던 나날들.그 무게는 자꾸만 수아의 숨을 눌렀다.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 건, 마치 젖은 모.. 2025. 6. 17.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7(Seven of Cups) 🌪현실과 환상의 갈림길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어느새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었다.이별의 상처는 검붉은 멍처럼 남아 있었지만 수아는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었다.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며…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분주한 일상을 챙기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단어가 은근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수아를 흔들었다.항상 얼굴에서 하얀빛이 나는 듯한 수아에게사람들은 계속해서 다가왔다.SNS로 매일 아침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학원에서 조용히 수아의 자리를 챙겨주는 친구,수아와 자주 눈을 마주치려 애쓰는 친구,항상 말을 걸고 싶어 쭈뼛거리는 친구,그리고 수년째 곁을 지키던 민재가 불쑥 던진 의미심장한 한마디.“너 웃는 거, 예전보다 훨씬 예뻐졌어.”마치 무슨 고백들처럼 다가왔다.마.. 2025. 6. 17.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6(Six of Cups) 🍯기억 속의 따뜻함“그땐 그랬지… 참 좋았었지.”이별 후의 계절은 이상하리만치 고요가 깊었다.부드러운 바람과 햇살은 여전히 한결같았지만, 수아의 세상은 어느 틈엔가 잿빛으로 젖어있었다. 아침이면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던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렸고, 카카오톡 대화창은 수도원의 대문처럼 육중하게 닫혀 있었다. 그와 함께 걷던 학교 뒷골목 길이 마치 기억의 덫처럼 수아의 발목을 붙들어, 일부러 한참이나 먼길을 돌아다녔다.이제 그는 그녀의 세계에서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자취소리는 사소한 일상에도 숨겨져 있었다.어느 흐린 날, 수아는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한 책상 서랍을 열었는데, 과제물과 볼펜 사이에서 낡은 종이쪽지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오늘도 화이팅! 연습 끝나면 만나자 :)”삐뚤빼뚤한 글씨, 무심.. 2025. 6. 16.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5(Five of Cups) 남겨진 것들과의 이별가을이 천천히 다가오던 오후였다. 나뭇잎들은 물끄러미 고개를 숙이며 조금씩 색을 잃어갔다. 수아는 카페 창가에서 수아는 긴 메시지를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 지웠다.“우리… 괜찮은 거지?”“요즘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걸까?”“나만 불안한 걸까?”메시지 창 커서만 깜빡일 뿐, 속마음을 담을 문장은 끝내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수아는 화면을 꺼버리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가슴속에선 묵은 안개처럼 무거운 무언가가 자리를 틀고 있었다.최근 그의 연락은 여우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 만나도 대화는 마치 절반쯤 닫힌 창문처럼 어딘가 막혀 있었다. 그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렸고, 그의 마음은 더 자주 그녀를 비켜갔다.수아는 혼자 말하고, 혼자 웃고, 혼자 조용히 상처받았다.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2025. 6. 16.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4(Four of Cups) 🌫 멀어진 시선, 낯선 침묵한여름이었다. 나뭇잎은 절정의 풀기로 햇살을 튕겨내고 있었고, 매미 소리는 지칠 틈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계절이 무르익을수록 수아의 마음은 점점 시들어갔다. 붉게 달아오른 날씨와는 달리, 그녀의 하루는 점점 무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방학이 시작되었다. 더 자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그의 메시지는 도리어 더 멀어졌다. 단답형 문장들이 차갑게 오갔다. “응”, “그래”, “나중에 보자”라는 말은 감정이 빠져나간 껍질처럼 허전할 뿐이었다. 가끔 오는 전화조차 ‘피곤하다’는 말 한마디만 허공으로 흩어졌다. 수아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무언가 잘못한 걸까? 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특별한 파열음은 없었다. 그저, 그의 마음이 어느.. 2025. 6. 14.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3(Three of Cups) 우리만의 작은 축제수아의 발걸음은 요즘, 마치 공중을 스치는 듯 가볍기만 하다. 계절이 바뀌며 불어오는 바람은 이전보다 부드럽고, 교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마저 그녀를 어루만지는 듯 따스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선명해졌고, 일상의 배경마저 물감처럼 환해진 느낌이었다. 아침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쉬는 시간 친구들이 쏟아내는 농담도 전부 음악처럼 들렸다.그와 수아 사이에는 아직 확실한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이제 둘은 누가 봐도 ‘서로를 아끼는 사이’였다. 복도에서 스치듯 마주칠 때도, 수업이 끝난 후 느긋이 교정을 걷는 그 순간에도, 둘 사이엔 이름 붙이기 어려운 따뜻한 온도가 흐르고 있었다.“야, 너 요즘 완전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보여.”친구 유진이 눈을 찡긋이며 쫑알거렸다.수아는 .. 2025. 6. 14.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2(Two of Cups) 컵 2(Two of Cups), 서로의 눈을 마주보다— 말보다 깊은 고백, 눈빛이 닿는 순간 수아는 혼란스러웠다.그날 이후로, 그가 머무르던 모든 장소가 마치 잔향처럼 남았다.복도 끝 창가에 기대어 서 있던 모습, 운동장에서 후배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모습,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꿈속에 나타난 그 미소까지.기억은 자꾸 그녀를 그에게로 데려갔다.감정은 점점 무르익고 있었지만, 그 감정을 입술로 꺼내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두려웠다.햇볕이 유난히 따스하던 어느 봄날 오후, 학교는 연극제를 개최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수아는 맨 앞줄에서 그의 무대를 바라보았다.그가 등장한 순간, 수아는 숨을 삼켰다.무대 위의 그는 일상에서의 수줍은 선배가 아니었다.그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대사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 2025. 6. 13.
첫사랑 한잎소설…타로 스토리텔링 시리즈, 마이너 아르카나 컵 에이스(Ace of Cups) 💧컵 에이스(Ace of Cups): 설렘의 시작— 첫사랑의 샘이 솟구치던 순간 그날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다.어쩌면 날마다 비슷한 날들 중 하나였겠지만, 열여덟의 수아에게 그 하루는 다정하게 기억의 표면을 적시는 첫 장면이 되었다. 봄은 마침내 겨울의 흔적을 걷어내고, 따뜻한 바람을 꽃잎 사이로 불어넣고 있었다.수아는 친구들과 함께 교정을 걷고 있었다. 교복 치마가 바람에 살짝 부풀고, 희미한 웃음소리들이 뒷배경처럼 흘러가던 그 순간—그녀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드리운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에서, 축축한 흙냄새와 뒤섞인 꽃내음이 가슴속 깊은 곳을 톡 하고 건드렸다.그곳에는 그가 있었다.다른 반의 연극 동아리 선배.햇살 속에서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조명 장비를 설치하던 그는, 마치.. 2025. 6. 13.